부산 국제고무공장 화재

1960년 3월 2일 경상남도 부산시(현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 국제고무공업주식회사[1]에서 일어난 화재.

국제고무공업주식회사는 군화를 만드는 업체였다. 사고 당시에는 약 300명의 직공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2공장 포화부 고무 풀칠 작업부서 2층에서 일하던 신입 직공 이필선(당시 나이로 26세)이 작업대 위에서 황화인성냥을 장난삼아 켜자 옆의 동료가 제지했고 이에 놀라 성냥을 연료통에 버려 아침 7시 45분 불길이 일어났다.

하필 당시 공장에서 풀을 만들때 재료로 톨루엔을 쓴지라 내부에 톨루엔 증기가 가득했고 불길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퍼졌다. 직공들은 건물을 빠져나가려 했다. 문제는 2공장에서 1공장으로 갈수 있는 통로가 3곳 있었는데 신발을 훔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며 잠가 둔 상태였다. 그나마 갈 수 있는 비상구는 1층으로 향하는 폭 1.5m의 좁은 나무 계단뿐이었다. 결국 그쪽으로 사람이 많이 몰렸는데 계단이 사람들의 무게를 못 버티고 무너졌다. 그나마 덜 다친 사람들이 비상구로 가자 감독관이 비상구를 막으면서 "아무도 놀라지 마라. 돌아가라."라고 말했다. 심지어 살려고 건물에서 빠져나가려는 직공들에게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며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이 와중에 불길은 1층으로까지 번졌고 1층의 본드와 고무 롤러, 보일러 등을 태우며 더 크게 타올랐다. 결국 공장 건물은 전소됐다.

결국 화재로 62명이 사망, 39명이 부상을 입었다. 불길이 너무 쎄서 신원을 파악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 사고는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산업재해로 기록됐다.

재산피해는 약 10억원이었다.

3월 5일, 희생자들의 합동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런데 장례식을 너무 급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시신 11구가 도착하기도 전에 장례식이 진행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필선은 중실화혐의로, 도망가던 직공들을 막아선 관리감독 이창선과 이필선을 감독하던 관리감독 손용하는 업무상과실혐의로 기소됐다. 반면 국제고무공업주식회사측에는 처벌이 없었다.

다만 이필선이 화재를 일으킨 게 아니라는 설도 있다. 당시 언론에 목격자에 대한 인터뷰도 없었고 불이 난 원인도 담배를 피우려고 켰다에서 장난삼아 켰다로 바뀌는 등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측은 3월 7일까지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했으나 지급하지 않았다. 이 일은 12일 유족 200여명의 항의 시위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얼마 안 가 3.15 부정선거가 터지면서 언론에서 보도를 잘 안 하기 시작했고 4.19 혁명까지 터진 이후엔 언론에서 아예 묻혀 버렸다.

가수 남인수는 "한 많은 네 청춘" 이라는 곡을 만들었는데, 원제는 '사백환의 인생비극' 이다. 이 사고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