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지지대고개 살인 사건

1963년 수원시의 지지대고개에서 여인의 변사체가 발견된 사건.

1963년 4월 21일 수원 지지대고개 1번 국도변 서남쪽 80미터 언저리의 계곡에서 산림녹화 작업을 실시하던 수원시 공보실 직원이 30대 여인의 변사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였다. 시체는 노란색 치마저고리에 붉은색 팬티를 입었고 하복부며 얼굴 등에 폭행을 당한 흔적이 뚜렷했다. 시체의 곁에는 여자 고무신과 함께 핸드백이 발견되었고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 발자국도 눈에 띄었다. 핸드백에는 지폐를 묶을 때 쓰는 창호지가 들어 있었는데 지폐 자체는 없었기 때문에 경찰은 강도 살인 사건으로 추정하고 수사에 돌입하였다.

수사 결과 피해자는 서울 숭인동에 살던 차승진의 아내인 추성은(40)으로 판명되었다. 그녀는 17일 집에 놓을 전화 가설을 독촉하러 간다면서 현금 3만원을 들고 집을 나선 뒤 소식이 끊겨 실종 신고가 들어간 상태였다.

서울로 수사망을 집중한 경찰은 24일 유력한 용의자로 박기채(26)와 한 패인 손인성(32)을 검거하였다. 이 둘은 탈영병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취조 결과 사건의 진상은 다음과 같았다.

버스 운수업을 하던 차승진의 가정은 당시로서는 부유한 편이었고 부부는 20년 간의 결혼생활 동안 6남매를 둘 정도로 사이가 화목했다. 하지만 사업이 번창함에 따라 차승진은 지방 외유가 늘었고 급기야 강원도 원주시에 첩을 두고 사생아를 낳기까지 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내 추성은은 처음 격분했으나 자식들을 위해 모두 체념하고 가정에 충실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택 인근 사진관에 들렀다가 거기서 일하던 백 모라는 청년과 알게 된 추성은은 점점 청년에게 이끌리면서 결국 불륜 관계를 맺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주범 박기채는 하필 백 모와 친한 사이였다. 불륜 관계를 알아내고 협박하던 박기채에게 굴복하고 만 추성은은 수십 차례에 걸쳐서 육체는 물론, 금품까지 바쳐야 했다. 그러나 박기채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고 추성은을 살해한 뒤 그녀가 가진 50만원짜리 적금 통장을 빼앗기로 했다. 박기채는 '내 친구(손인성)가 수원에 땅을 사려고 하는데, 거래 때 보증이 될 통장을 보여달라' 고 연락해 추성은을 꼬여냈고 한패인 손인성과 함께 지지대고개에서 그녀를 살해했다.

이들은 땅을 보러 간다고 추성은을 속인 뒤 인적 없는 곳에 이르자 손인성이 뒤에서 목을 조르고 박기채가 앞에서 마구 구타하여 그녀를 실신시켰다. 손인성은 통장을 빼앗은 뒤, 큰길가에 미리 대기시켜 둔 택시로 먼저 서울로 달아났고 박기채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피해자의 배를 힘껏 짓밟아 확실히 숨을 끊었다. 이들은 오후 4시경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 했지만 도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재판 결과 1심에서 10월 18일에 범인들에게 사형이 선고되었고 항소, 상고를 통해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1964년 4월 22일에 결국 사형이 확정되었고 모두 사형에 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