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케리스

이집트 고왕국의 4왕조 파라오이다. 비케리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식 이름이며,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허구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비케리스는 기원전 300년경 마네토가 쓴 책인 이집트 역사에 언급된 그리스화된 이름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집트 학자들은 여러 유물들을 통해 그의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선 자우예트 엘 아리얀(Zawyet el'Aryan)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알 수 없는 카르투슈가 있다. 일단 이 카르투슈는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읽을 수 없다. 두 번째로 웨스트카 파피루스에 적혀져 있는 왕자 바우에프라(Bau ef Ra)가 비케리스와 동일 인물일 가능성도 있다. 세 번째로 와디 하마마트(Wadi Hammamat)에 있는 비문에 쿠푸, 제데프레, 카프레, 제데프호르, 바에프라 등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 중 바에프라(Baefra)가 비케리스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킴 라이홀트(Kim Ryholt)는 바이프라는 파라오가 아니라 왕자였으며, 음운적으로 비케리스와 연결되지는 않아 다른 인물이라고 반박하였다.

일단 가장 유력한 후보는 자우예트 엘 아리얀에서 발견된 해석 불가능한 카르투슈이다. 피터 야노시(Peter Jánosi)는 이를 바카(Baka)라고 해석하였다. 실제로 제데프레의 아들 중 바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존재했으나, 파라오가 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이에 대해 바카가 왕위에 오르기 직전에 사망했거나, 파라오가 된 뒤 이름을 바꿨다면 비케리스와 연결될 수 있다.

일부 이집트학자들은 4왕조 시기의 왕위 계승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불안정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유는 제데프레가 기존 왕가의 전통을 깨고 기제 지구 밖에 새로운 묘지를 건립하려 했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또한 제데프레는 라를 모든 신 위에 두어 또 다른 전통을 깨뜨렸다. 만약 제데프레가 전통을 깨뜨렸다면 그의 아들인 비케리스도 마찬가지였을 가능성이 있다. 짧은 재위 기간과 함께 이러한 점들 때문에 비케리스가 공식 기록에서 빠지게 되었을 수도 있다.[6]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기 역사가 마네토와 에라토스테네스는 비케리스를 4왕조의 6번째 파라오이자 제데프레의 아들로 저술하였지만 그들의 기록은 현대에 와서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고대의 역사가들은 쿠푸, 카프레, 멘카우레가 자동적으로 직계 왕위 계승자였다고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비케리스가 존재했다면 제데프레와 카프레 사이 또는 카프레와 멘카우레 사이에 통치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제데프레의 아들이라는 기록은 근거로 볼 때 제데프레와 카프레 사이일 가능성이 높지만 램사이드(Ramesside) 역대 파라오 목록을 보면 비케리스는 카프레와 멘카우레 사이로 암시한다. 또한 사카라(Saqqara) 역대 파라오 목록에는 카프레 이후 알 수 없는 카르투슈가 5개 있는데, 하나는 비케리스를 위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탐프티스를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머지 3개의 카르투슈는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토리노 파피루스에 따르면 카프레 다음에 파피루스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알 수 없다. 하지만 카프레와 멘카우레 사이에 또 다른 파라오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재위 기간에 대해서는 마네토는 22년, 에라토스테네스는 10년, 토리노 파피루스는 2년이라고 주장한다. 현대 이집트 학자들은 마네토와 에라토스테네스의 기록은 과장되었다고 여기며, 대부분 2년 또는 1년 미만의 짧은 재위 기간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념물이나 문서를 남기지 않았다고 추측하고 있다.

비케리스의 무덤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만약 그가 바카(Baka)와 동일 인물이라면 위 사진의 자우예트 엘 아리얀 북부 피라미드에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 이 피라미드는 기초 공사만 완성된 상태고, 타원형 석관만 발견되었다. 아마 파라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작업자들이 공사를 중단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