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지

고려 제16대 국왕 예종과 궁인 은씨의 아들이자 법주사의 주지.

1102년에 예종과 궁녀 은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나면서부터 지덕이 뛰어났고, 육식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외모와 목소리가 예종과 매우 비슷하여 예종이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9세 때 예종이 혜소국사 정현(慧炤國師 鼎賢)에게 투탁하여 머리를 깎고, 선나법(禪那法)을 배우도록 명하였다. 이후 15살이 되던 해인 1116년에 승과에 합격하여 승려가 되었고, 3년 후인 1119년에 법주사 주지가 되었다.

이복형인 인종 5년인 1127년에는 삼중대사(三重大師)가 되었으며, 인종 10년인 1132년에 선사(禪師)를 더하였다. 광지는 의종에게 주지의 일을 피하고 숲에 몸을 기대어 숨기를 청하였지만 인종은 “도(道)를 가지고 거처한다면, 시장과 조정도 곧 청산(靑山)일 것입니다.”라고 하며 청을 거절하였다.

조카인 의종 1년인 1147년에 왕이 대선사(大禪師)의 칭호를 더해주었고, 의종 3년인 1149년에는 어찰(御札)로 친히 광지(廣智)라는 법호를 내려주었다. 광지는 영화를 탐하여 앉아있는 것은 승려의 뜻이 아니라고 하며 주지로 있는 지륵사(智勒寺)로 돌아가기를 원하였으나 의종은 윤허하지 않았다. 이후 의종 9년인 1155년이 되어서야 개경과 멀지 않은 영평(鈴平)[2]의 금강사(金剛寺)에 몸을 의탁하여 거처하였다. 하지만 의종은 매번 중사(中使)[3]를 파견하여 음식을 보내고 문안하였는데, 하루라도 거르는 날이 없었다. 광지는 이후에도 여러차례 조용한 곳으로 가고자 요청하였으나 왕은 매번 윤허하지 않았다. 의종 11년 1157년 왕이 또 근신(近臣)[4]을 보내 부르니, 광지는 사양하지 못하고 수덕궁(壽德宮) 대평정(大平亭)에서 사대(賜對)[5]하였다. 이에 의종은 몸소 친히 연회에 참석하여 광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매우 깊음을 드러내었다.

의종 12년인 1158년 7월에 갑자기 발에 병이 생겼다. 8월 4일에 병이 심해지자 머리를 깎고 목욕을 한 후 옷을 갈아입었고, 8월 12일에 이르러 게를 지어 마친 후에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