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플

튜플은 multiplier라고도 부르는 영어의 수 체계이다. 그 의미상 '몇배'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널리 쓰이는 싱글(single), 더블(double), 트리플(triple)은 모두 튜플 체계에서 등장하는 단어이다. 그런데, 1, 2, 3까지는 정말 흔하게 사용되지만, 4에 해당하는 쿼드루플(quadruple)만 해도 길어서[1] 오히려 약칭인 쿼드(quad)를 많이 쓴다. 게다가 5 이상의 경우를 뜻하는 퀸투플(quintuple)은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골프 정도 외에는 별로 없다.

튜플 단어들은 라틴어 수 표기와 관련이 많다.

라틴어로 7, 8, 9, 10은 각각 septem, octo[5], novem, decem인데, 이 단어들에 ber를 붙이면 각각 9월(September), 10월(October), 11월(November), 12월(December)이 된다. 원래 1년 10달이었는데 율리우스(July), 아우구스투스(August)의 이름을 딴 두 달을 중간에 끼워넣으면서 2씩 밀렸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태양력(율리우스력) 문단에도 나와 있듯, 원래 없던 1월과 2월이 추가되어 나머지 열 달이 싹 다 뒤로 밀린 것이고, 율리우스와 아우구스투스는 이름만 바꾸었을 뿐이다.

튜플을 잘 사용하다가도 5를 넘어서면, 난데없이 5에서 펜타가, 6에서 헥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킬'까지 잘 가다가 '펜타킬', '헥사킬'이란 단어가 튀어나온다. CPU의 코어를 표현할 때도 '싱글코어', '듀얼코어', '트리플코어', '쿼드코어'라고 하지만, 6코어 짜리는 '헥사코어'라고 부른다. '펜타(penta)', '헥사(hexa)'는 그리스어의 숫자 접두어이다. 실제로 영어에서도 퀸튜플 이상은 잘 안 쓰여서 그렇고, 6번째가 하필 sextuple이라서 터부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pentuple, hextuple처럼 영어와 라틴어, 그리스어를 조합하여 만들어지게 되는 이상한 단어가 나오기도 한다.

오버워치의 5~6인 연속 처치의 경우 북미 아나운서는 quintuple kill, sextuple kill로 말하며 튜플을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

튜플은 순서쌍의 확장이다. 순서쌍은 $(x, y)$와 같이 2개의 원소를 나열하지만, 튜플은 $(a_1, a_2, \cdots, a_n)$과 같이 임의의 $n$개의 원소를 나열한 것을 의미한다. 원소가 $n$개인 튜플을 $n$-튜플이라고 하는데, 굳이 '튜플'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n$중 순서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이 결국 벡터공간의 원소인 벡터의 기초가 된다.

몇몇의 프로그래밍 언어에는 데이터를 나열하여 저장할 수 있는 '튜플'이라는 자료형이 있다. 대표적으로 파이썬, 스위프트, C#, 비주얼 베이식에서 튜플을 제공한다. 파이썬 튜플의 경우 이 문서 참고.

리스트나 배열이 있는 언어에서 튜플도 함께 제공하는 경우, 값의 편집이 자유로운 리스트나 배열에 반해 튜플은 주로 immutable하고 리소스를 덜 차지하는 특성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