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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셋 코리아] 1가구 종부세 대상 30억원으로 올리자

    [리셋 코리아] 1가구 종부세 대상 30억원으로 올리자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의 우선순위로 다주택 중과세율 폐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부동산분과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8일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종부세 폐지 논란에 불을 붙였다. 같은 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에서 관련된 정책을 검토한 바 없었다”고 선을 그었으나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말 종부세 폐지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부동산 관련 세금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음날 정부의 종부세 폐지 움직임에 대해 “총선 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종부세 개편이나 폐지는 힘들어진다. 그렇지만 여론이 종부세 폐지나 개편으로 모인다면 22대 국회에서 폐지·개편이 가능할 수도 있다. 문제는 종부세는 폐지해도, 존속시켜도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  「 종부세 폐지, 고가 주택 쏠림 우려 부동산 세제 전면 개편 어렵다면 과세 기준 현실화 하는 게 바람직 」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투기가 만연하자 일정 금액 이상 부동산 보유자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 부과를 강화해 과세 형평을 높이고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 가격과 공시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종부세 대상이 되는 1주택자도 크게 늘었다. 종부세 부담이 본래 목적과 달리 투기와 무관한 1주택 실거주자에게 고통을 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출범 이후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문재인 정부가 2035년까지 현실화하려던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종부세는 2005년 처음 부과 당시 납부 대상자가 7만 명 정도였으나 그동안 주택 및 토지 가격 상승 등으로 2022년 납부 대상자는 23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속해서 공시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부과 대상자는 물론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하여 정권 출범 이후 현실적인 공시가격 적용을 2020년 수준으로 억제한 결과 2023년 1주택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11만1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실거주용과 투기용을 구분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전면 폐지하면 고가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일부 선호 지역의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전면 폐지한다면 고가 주택 중심의 ‘똘똘한 주택 한 채’ 쏠림 현상이 나타나 부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 지방의 저가 다주택자보다 서울의 고가 1주택자 보유자가 더 혜택을 보게 돼 사회적 갈등과 지역적 차별화 심화로 이어질 것이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하려면 이번 참에 부동산 관련 조세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보유세를 높여 자기 분수에 맞는 주택을 보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보유세는 누진 과세 구조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것이다. 또 취득세와 양도세를 대폭 낮춰 부동산 거래는 자유롭게 하고, 증여세와 상속세도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하여 우리 현실에 맞는 합리적 과세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게 힘들다면 종부세를 존속시키면서 현실적인 고가 주택 개념을 도입해 1주택자 과세 대상 주택 가격을 대폭 올릴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 강남의 30평형대 아파트 거래 가격이 30억원 수준이라는 걸 고려하면 종부세 과세 대상 기준을 12억원에서 30억원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도 금액과 주택 수를 합산한 합리적 과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더 고가의 똘똘한 주택 한 채로 몰리게 될 것이다.   논란이 되는 종부세 폐지 문제와 관련하여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기회에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 화합, 공평 과세 원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연구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민주당도 책임 있는 수권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여당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여 국민 주거 안정과 국민 부담을 고려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으면서도 형평성에 맞는 개편안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부동산분과장  

    2024.06.03 00:39

  • [리셋 코리아] 중국 커머스 도전, 유통 규제 철폐가 해법

    [리셋 코리아] 중국 커머스 도전, 유통 규제 철폐가 해법

    중국 커머스의 도전 속, 우리 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어적 접근보다 소비자 중심의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 김지윤 기자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회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작년 하반기부터 두드러진 중국 커머스의 존재감은 우리 유통산업의 경쟁력에 대해 많은 화두를 남겼다. 우리 유통산업이 지난 20여 년간 누려왔던 자체 완결적 생태계가 얼마나 허상이었는지 드러났다. 이런 생태계는 우리 유통산업이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내수시장을 두고 경쟁하여 유통과정을 혁신한 결과다. 우리 유통산업은 시장 내 유례없이 강한 경쟁압력을 만들어 내었고, 글로벌 유통기업도 이러한 경쟁압력에서는 견디기 힘들어 우리끼리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강한 침투력을 갖는 아마존조차 한국시장에는 직접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우회했다.     ■  「 소비자 반발 부른 KC 인증 사태 유통의 본질은 고객의 선택 존중 대형마트 휴업제 등 규제 없애야 」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국제공급망의 재편, 국제금융시장의 고금리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중국발 국경 간 개인 거래의 존재감이 커졌다. 중국 커머스는 이런 불리한 상황을 무색하게 만드는 공급 조건과 물류시스템을 활용하는가 하면, 무엇보다 막강한 자금력을 통해 우리 시장을 파고들었다.   도전에 대한 응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방어적 접근과 들어와도 의미가 없게 만드는 공격적 접근이다. 이 중 쉬운 것은 방어적 장벽을 치는 것이다. 지난 16일 정부가 발표한 국내 유통상품에 대한 우리 산업인증을 요구하는 방안이나, 개인통관 면세제도의 철회, 국내 유통상품에 대한 부가세 부과 같은 방법이 대표적인 방어적 장벽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해외 직접구매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혼선을 빚은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장벽은 유통을 방해한다. 유통되는 상품의 다양성을 제약하고, 필연적으로 구매 가격을 높이게 된다. 우리 소비자와 제조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소비생활에 좌절감을 안기는 조치임은 부정할 수 없다. 소비생활에 제약을 주는 정책은 소비자가 스스로 그 제약을 감수할 필요성을 느낄 때, 또는 사회가 그 제약을 용인할 때 의미가 있다. 이번 KC 인증 사태는 한국 소비자가 이제 대의를 명분으로 한 소비생활 제약 정책에 대해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지금까지 한국 소비자는 대의와 명분을 앞세운 규제에 대해서는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유통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공격적 접근은 어떤 것일까? 위험하고 품질이 조악하다면 싸게 팔아도 소용없고, 빨리 배송해도 소용없으며, 더 쉽게 구매할 수 있어도 의미가 없다. 결국 경쟁력의 관건은 소비자, 즉 고객의 선택이다. 유통의 본질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업태와 방법을 막론하고 소매 영역 전체에서 혁신적 접근을 시도하는 기업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서초구는 지난 1월 28일부터 자치구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시행했다.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는 매주 일요일에 정상 영업하고 2·4주차 수요일에 휴무한다. 사진은 해당 대형마트에 '일요일 정상영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는 모습. 뉴스1 지역점과 거점 점포,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서비스 구성 등에서 단순한 상품 진열을 넘어서는 소비자 경험, 콘텐트의 융합 및 체계적 구성 등이 자유롭게 시도돼야 유통산업의 혁신적 경쟁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형마트라서 영업일 및 영업시간, 상품 구색, 온라인 유통 역량 활용이 제약된다. 편의점이라서 출점 제약이 생기고, 쇼핑몰이어서 입점 브랜드의 제약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소매기업은 혁신적 경쟁력 구축 방안에 대해 자기검열을 시작하게 된다. 이런 제약이 온라인 소매 플랫폼 영역에서도 논의되고 있다고 하니 우려가 더 커진다.   우리만의 내수시장과 유통산업을 고민한다면 다양성과 공정성이라는 명분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우리만의 명분은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유통산업 경쟁력에도 기여하지 못한다. 애초에 유통산업에서 다양성과 공정성을 앞세운 이유도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보장해 유통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소비자 선택에 대한 부응은 유통산업의 절대적 기준이다. 이런 기준 위에서 소비자 선택을 고도화하기 위해 시장을 통한 진화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유통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 이런 방법이야말로 가장 공격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이기도 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회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2024.05.27 00:34

  • [리셋 코리아] 라인 사태 계기로 경제안보법 제정해야

    [리셋 코리아] 라인 사태 계기로 경제안보법 제정해야

    8일 오후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모회사의 공동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탈(脫) 네이버를 선언했다. 사진은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최근 ‘라인 사태’와 관련한 다양한 뉴스와 여론 속에서 국민은 적잖은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해석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던 이유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기업 내부 속사정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공개하기 힘든 복잡한 사정과 셈법 속에서 현재는 네이버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정부도 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일본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것 같다. 다만 세계사적 변화의 한가운데서 이번 사태가 단지 일개 기업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  「 이번 사태 감정적 대응 도움 안돼 일, 데이터 주권 전쟁 민관 힘모아 우리도 디지털 기업 지원 힘써야 」    이번 라인 사태를 계기로 정보 유출을 대하는 한·일간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났다. 우리 언론은 작년 11월 5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고, NTT나 페이스북의 정보 유출에 비하면 약과라는 식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다른 기업도 있는데 유독 처벌이 가혹하다는 주장은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라인의 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2021년 3월 중국 위탁업체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일본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2017년에 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에 의해 중국 정부가 중국 내 모든 기업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절반씩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의 경영권을 일본 총무성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구에 따라 일본 기업에 내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하겠다고 했고,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필요 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모습. 뉴시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관점에서 총무성의 두 차례 행정지도나 이례적 지분 조정 언급은 이해하기 힘들다. 일본 정부 행보를 이해하려면 이번 라인 사태를 경제안보 이슈와 결부 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22년 5월 제정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기반해 2023년 11월 16일 라인야후를 특정사회기반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에 선정되면 외국에서 설비를 도입하거나 업무를 위탁할 때 반드시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한마디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 기업들은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라인야후에 주어진 6개월의 유예기간이 5월 16일 끝났다. 이례적인 두 차례 행정지도는 새로운 프로토콜의 실시를 앞둔 경고였을지 모른다.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 선언에서 한·미·일 삼국이 안보협력을 이야기한 지 8개월 만에 마치 뒤통수를 치듯 일본이 경제안보를 핑계로 ‘라인 강탈’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한·일 관계가 너무 급격히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속에서 일본은 경제안보법을 제정하고 중요 산업을 지정하는 등 후속 조치를 계획대로 진행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말뿐인 안보협력의 모순이 드러난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했다. 중앙포토 이번 라인 사태 이면에는 ‘떡 본 김에 제사 지내고 싶었던’ 소프트뱅크의 본심도 작용했다. 잘 알려져 있듯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페이(pay) 전쟁으로 치킨게임을 하다가 미·중 빅테크 기업을 견제할 목적으로 협력을 선택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고, 메신저 기능을 제외하고 두 회사의 중복된 사업 영역은 계속 충돌했다. 그러던 중 챗GPT 열풍이 불자 AI를 둘러싸고 두 기업의 동상이몽이 시작되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가 개발하던 AI에 투자할 계획을 접고, 10조 엔을 투입해 AI를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때마침 일본 정부도 소프트뱅크의 AI 개발을 위한 수퍼컴퓨터 정비에 421억 엔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글로벌 전쟁에 일본의 민관이 힘을 합쳤다.   성태윤 정책실장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라인 사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정부의 할 일이 네이버를 지키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사적 흐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간에 국민 기업 네이버를 뺏길 수 없다는 식의 분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빨리 정부는 우리의 경제안보법을 구체화해야 한다. 한·일 디지털협정을 포함해 디지털 우방국도 늘려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 안보와 디지털 패권 경쟁에 우리 기업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인데 사이버 영토 침략이니, 믿었던 손정의의 배신이니 하는 감정적 토로만 들린다. ‘라인 일병 구하기’에 매몰돼 우리가 전쟁 중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2024.05.20 00:34

  • 리셋 코리아란?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해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검증합니다.

    리셋 코리아란?자세히 보기
  • [리셋 코리아] 사회가 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버팀목 돼야

    [리셋 코리아] 사회가 자립준비청년의 든든한 버팀목 돼야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비교할 때 독립적 생존을 위해 매우 긴 양육과 돌봄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포유류가 짧은 시간 내에 독립할 수 있지만, 인간은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간 보살핌을 받는다. 이는 인간의 두뇌가 고도로 정교하고 복잡하여 지적 발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복잡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어, 사회성, 문제 해결 능력 등 고차원적인 기술을 습득해야 하므로 성인기 이후까지도 지속적인 교육과 돌봄이 요구된다. 인간의 삶은 평생 생애 주기에 따라 누군가의 돌봄을 받거나 누군가를 돌보는 상호 의존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어떻게 돌봄과 보호가 삶의 어느 시점에서 종료될 수 있겠는가.     ■  「 가정 돌봄 없이 사회 진입 청년들 냉혹한 경쟁서 생존하기 힘들어 사회 함께 책임진다는 인식 필요 」    김지윤 기자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매년 약 2400명의 자립준비 청년이 가정의 돌봄이 부재한 상태로 ‘보호 종료 연령’이 되어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18세까지 아동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의 보호를 받고 난 뒤 자립 지원 기간이 불과 5년에 그치고, 현행 지원 제도의 한계로 인해 이들은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홀로 감당하며 냉혹한 경쟁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부모들의 관심이 자녀의 교육과 취업에만 집중되고, ‘부모 찬스’가 당연시되며, 부와 권력·인맥이 대물림되는 이 현실 속으로 말이다.   자립준비 청년들이 진정한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안정적 주거 마련이 최우선 과제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급여 제도 개선을 통해 주거비 부담 없이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현행 전세임대주택이나 자립지원시설 등의 지원프로그램이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스스로 원하는 곳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급여 제도를 정비하고,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가정’으로 느낄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사회 초년생인 이들에게 정보와 조언을 제공할 멘토가 절실하다. 자립준비 청년들이 사회 적응 과정에서 겪는 정보 부족과 부적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체계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진로 상담, 취업 정보 제공, 생활 기술 교육 등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예산과 인력 확충이 요구된다.   셋째, 가정의 보호가 부재한 상황에서 심리적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쉬운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체계가 시급하다. 상담 서비스와 심리 치료 프로그램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며, 지역별 자립준비 청년 전담센터 설치와 전문 상담사 배치를 통해 지속적이고 접근성 높은 심리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을 뜻하는 사회적 지지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더욱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자립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소득 증가 시 수급 자격이 박탈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자립준비 청년의 경제 활동 의욕을 떨어뜨린다. 일정 기간 수급 자격 유지, 소득 기준 상향 조정, 재수급 요건 완화 등 전향적이고 정교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나아가 청년 기본소득제 도입 등을 통해 안정적인 사회 진출을 뒷받침할 보편적 경제 지원 체계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한 취업이 아닌 가능한 한 자신이 원하는 양질의 일을 찾아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인간 발달에 가족뿐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 전체의 역할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가족이라는 일차적 보호망 없이 견뎌온 자립준비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든든한 ‘마을’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개별 가정이 각자 감당하던 돌봄을 사회가 모두 함께 책임진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모든 아이를 함께 양육한다는 태도로 사회의 돌봄 제도를 만들어 갈 때 우리의 아이들은 ‘마을’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돌봄마저 각자도생으로 치열한 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2024.05.13 00:34

  • [리셋 코리아] 기초학문 지원은 국가의 전략적 투자다

    [리셋 코리아] 기초학문 지원은 국가의 전략적 투자다

    일러스트=김회룡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위원 대학 사회가 전공 자율선택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범적 도입이 아닌 대규모 확대여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공 자율선택제란 1학년 때 다양한 학문과 전공을 탐색하고 2학년 이후 학과를 선택하는 제도다.   전공 선택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선 진로와 적성보다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다. 이들은 학업에 흥미를 못 느끼고 중도 탈락하거나, 졸업 후 전공과 일자리의 불일치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학습 낭비이고, 교육 손실이다. 제 돈 내고 다니는데 배울 학과를 선택 못 하고 전과(轉科)도 안 된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는 학생도 있다. 특히 자기 주도적인 학생이라면 더 좌절한다. 무엇보다 바깥 사회는 탈경계, 융복합 시대로 나아가는데 대학은 ‘무(無)혁신 늪’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  「 자율전공 확대에 기초학문 위기 토대 약하면 첨단산업도 흔들려 공공재라는 인식 갖고 지원해야 」  급한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율전공 확대는 대학의 성찰에 기반한 ‘내적 동력’보다 정부 요구와 사회 요청에 따른 ‘외적 압력’으로 촉발됐다. 역사적으로 하향식, 외부 주도형 혁신은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원래대로 돌아간 사례가 많다. 정책 불신도 문제다. 제도의 취지는 신입생 때 다양한 학문 생태계와 융복합 학습을 경험해서 종합적 사고, 통찰력, 문제 해결력을 키우고, 자기 이해와 진로 탐색을 바탕으로 학과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교수는 이를 구조 개혁으로 받아들인다.   대학의 준비도 따져볼 일이다. 자율전공 도입은 출발점이다. 다양한 진로 탐색과 맞춤형 상담이 따르지 않으면, ‘자율’은 무책임한 ‘방목’이 된다. 게다가 2학년부터 시작할 전공 과정이 폐쇄적이면 자율 효과는 반감된다. 대학 교육과정 전체를 손봐야 하는 이유다.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가 지난 1월 24일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생 확대 방침이 기초학문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학과 쏠림’이다. 충분한 정보와 상담이 없으면 학생들은 취업 전망이나 유행을 좇아 ‘인기 학과’에 몰리기 마련이다. 문·사·철(文史哲) 같은 기초학문은 존폐 기로를 맞을 수 있다. 고전을 통해 우리 사상·역사·문화를 배우는 한문학과는 8개 대학에만 남았다.   대부분 대학이 4월 말에 자율전공 도입을 포함한 대입 전형 계획을 제출했다. 총장의 치적이나 정부 사업 수주를 위한 포장이 아니길 바란다. 교육은 실험 대상이 아니고 한 학생의 삶이 달렸기 때문이다. 새 제도가 성공하려면 대학과 정부 모두 혁신해야 한다.   여러 분야를 접목한 융합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전공 수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학과제 개편을 실시한 애리조나주립대의 사진이다. 사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홈페이지 먼저 대학은 환경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시대는 공급자 중심의 보호막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학생 관점에서 기존 대학 제도와 프로그램을 재설계할 때다. 도서관학과가 산업 변화와 학생의 요구를 받아들여 문헌정보학과·데이터사이언스학과로 변신한 것이 사례다. 애리조나주립대처럼 여러 분야를 접목한 융합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전공 수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학과제 개편’도 시도할 만하다. 물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배우게 해야 한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재정 위기에 처한 대학이 비인기 학과 보호에 나서기 어렵다. 그렇다고 교육을 시장에만 맡겨둘 순 없는 노릇이다. 역사·언어·지리 같은 기초학문을 보자.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전승하는 일, 조상이 남긴 문헌을 고증하고 해석하는 일을 다른 나라 학자에게 부탁할 수는 없다. 나라에 그런 역량이 없으면 중국의 동북공정 같은 역사 왜곡에서 우리를 지켜내기 어렵다. 수학·물리·화학 같은 기초과학도 그렇다. 기초 토대가 취약하면, 인공지능·반도체·2차전지 같은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허상이 된다.   고등교육에서 기초학문은 의료 서비스에서 ‘필수 의료’와 같다. 국민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는 공공재이고 정부가 책임질 영역이다. 마찬가지로 기초학문 지원은 ‘시혜적 배려’가 아닌 ‘전략적 투자’이고 ‘국가 책무’이다.   ‘대학이 학생을 뽑던 시대’에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자율전공 도입은 시작에 불과하다. 좋은 교육은 그냥 오지 않는다. 정교한 시뮬레이션, 체계적 준비와 실천, 무엇보다 ‘학생 중심’으로 변하려는 의지가 요청된다. 융합 교육 토대를 만들고 창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미래를 위한 최고 투자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위원    

    2024.05.06 00:32

  • [리셋 코리아] 지속 불가능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리셋 코리아] 지속 불가능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연금개혁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4.22/뉴스1 2023년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보험료를 15%로 6%포인트 더 올려도 재정 안정 달성이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0.7대의 출생률이 1.21로 반등한다는 낙관적인 가정에서 나온 결과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조금만 더 내고 훨씬 더 많이 받는 안’을 선택했다. 시민대표단이 연금 공부를 하기 전에는 ‘지속이 더 가능한 안’을 선호했었으나, 공론화위에서 학습한 후에 ‘지속 불가능한 안’을 선택하다 보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정계산위 전문가와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이 선택했던 안과는 정반대의 개편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  「 시민대표단에 제대로 설명 안돼 ‘연금 더 주자’는 잘못된 결정 유도 연금 누적 적자 등 정보 공개해야 」    2023년 1월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 투표에서 15명의 위원 중 10명이 찬성했던 ‘소득대체율 40%-보험료 15% 안’은 시민대표단의 학습 자료에서 아예 제외되었다. 36개 이해관계자의 결정으로, 전문가가 선호하는 안을 시민대표단에 알리는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국민이 ‘그대로 받으면서 부담만 더하는 안’을 선호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왜 전문가들이 그 안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   재정계산위와 국회 특위에서 ‘더 지속 가능한 안’을 만든 전문가가 정작 의제숙의단 자문단에서 배제됐다. ‘더 지속 가능한 안’을 제대로 설명할 전문가를 배제한 자문단 선정, 이 안을 시민대표단에 소개조차 할 수 없게 만든 공론화위의 룰 세팅이, ‘연금 더 주자’는 결정이 나게 한 대참사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속한 연금연구회는 공론화위에 ‘어떤 원칙과 절차로 자문단이 구성되었는지’를 공개 질의했으나 해명도 없다. 36개 이해관계자 집단에는 청년층을 대표하는 8명이 있으나, 이 중 4명이 국민연금 지급률 인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를 대변해야 할 단체가 연금 기득권 강화를 주장하고 있으니, 기가 찰 뿐이다.   리셋 코리아 꼭 알아야만 할 핵심 자료는 배제하면서 시민대표단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학습시킨 정황도 드러났다. 적자를 702조원이나 더 늘리는 1안(소득대체율 50%-보험료 13%)을 ‘지속 가능한 안’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정작 적자를 1970조원 줄여 ‘더 지속이 가능할 2안(소득대체율 40%-보험료 12%)’에는 그런 표현조차 없다. 두 안 사이에는 2700조원에 달하는 재정 절감액 차이가 있음을 알려주지 않았다. 누적 적자가 전문가 사이에 합의되지 않은 개념이라고 하면서다. 재정추계로 얻어지는 기금 소진 시점은 인정하면서도, 똑같은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누적 적자 수치는 거부하겠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1안이 세대별로 생애보험료 부담에서 5배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으면서, 2안은 너무도 연금액이 적다(월 66만원)고 사실과 다른 공포 마케팅을 했다. 1안을 채택하면 저소득층 연금액(90만원)이 23만원만 늘어날 수 있음에도, 50만원이 더 늘어난다고 학습시켰다. 잘못된 학습으로 2안 찬성 비율이 하락하면서 소득보장안인 1안 찬성 비율이 19.1%포인트나 대폭 올랐다고 볼 수 있다.   14일 방송된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 . 유튜브 캡처 이렇다 보니 공론화위가 논의 구조와 학습 자료 측면에서 공정하게 운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영국에서는 핵심 정보 제공 후에 고통스러운 개혁안에 대한 선호도가 과반을 넘겼다. 일본이 연금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100년 후에 연금 지급할 돈이 4330조원 부족하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논란이 되는 누적 적자와 유사한 개념이다. 일본은 밝혔는데 왜 우리는 밝힐 수 없다고 하는가?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는 1안을 제외한 시나리오별 누적 적자가 수록되어 있다. 정부·국회가 추계기간에 발생할 누적 적자 총규모와 대안별 증감 폭을 밝혀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노무현 정부처럼 미적립부채도 공개해야 한다.   왜곡된 학습 자료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된 시민대표단 결정을 21대 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하려는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 개혁이 아무리 시급할지라도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원인 분석부터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공론화 취지와 부합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

    2024.04.29 00:34

  • [리셋 코리아] AI 모델로 산업 혁신 이끌 전략이 없다

    [리셋 코리아] AI 모델로 산업 혁신 이끌 전략이 없다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한국, 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에도 밀렸다’,  ‘한국 AI 모델 개발 0건’. 지난주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에서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의 결과를 해석한 언론의 헤드라인이다. 한국 AI 기술에 대한 위기와 자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고서 데이터 수집 방식과 신뢰성의 문제를 지적하며 과학기술정통부와 국내 전문가들이 반박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 AI는 정말 위기일까?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다. AI 경쟁은 기술을 넘어 시장·자본·국가 간 각축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오픈AI·구글·앤스로픽 등이 조 단위 투자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의 메타, 프랑스의 미스트랄, 한국의 네이버·LG·KT 등이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본·인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과 대학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전력질주를 하는 상황이다. 자체 모델을 개발하면 해외 기술에 밀릴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자체 모델 개발이 부족하다는 보고서가 나오면 위기론이 제기되니 현장의 기술 인력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  「 한국, AI분야 세계적 기술력 보유 하지만 국내 AI 활용 확산은 더뎌 AI로 시장 창출하는 생태계 절실 」    김지윤 기자 모델 개발 숫자가 적다고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위기는 AI 모델로 시장을 창출하고 산업 혁신을 이끌 전략과 비전의 부재에 있다. AI 생태계는 모델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유명 투자사인 세콰이어 캐피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은 생성형 AI의 1막에서 2막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현장에서의 가치 증명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AI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모델은 일부일 뿐, 모델을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배포하는 기반 기술인 반도체와 클라우드,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정제·합성하는 데이터 기술,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인간-AI 협업, 에이전트, 인터랙션 등 응용 기술, AI의 안전과 신뢰를 보장하는 정책과 법 등 다방면의 기술과 노력이 어우러져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이 AI 경쟁에서 가진 최대 강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AI 활용의 폭발적 증가로 AI는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것이다. 국내 AI 활용 확산이 더딘 것이야말로 위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생태계 차원의 전략 수립과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미래에 대비해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AI 기술을 신속하고 경제성 있게 시장에 내놓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분야 간 협업에 기반한 연구개발과 생태계 관점을 지닌 인재 양성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보고서에 대한 사후 반박을 넘어 국내 AI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AI 기술은 소셜미디어, 논문 게재, 기술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고, 개발자 플랫폼을 거쳐 확산되며, 벤치마크와 산업 적용을 통한 검증으로 생태계에 자리 잡는다. 논문과 특허 숫자 채우기 방식으로 이러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는 어렵다. 기업은 글로벌 개발자 행사와 학술대회 후원, 기술 강연 등으로 자체 기술의 글로벌 확장을 도모해야 한다. 대학은 AI 논문의 양적 성장보다 분야를 조망하고 기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빅 임팩트’ 논문과 패러다임을 바꿀 ‘문샷’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 정부는 혁신적인 AI 정책과 비전, 국내 산학연의 우수 역량을 영문으로 온라인에 공개하고 홍보해야 한다.   이런 활동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인센티브 부재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 혁신을 추구하는 인센티브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논문·특허 실적을 채우지 않으면 연구비가 깎이고, 낡은 기술 기준으로 제시된 성능치를 채워야 성공으로 인정받는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변화된 게임의 법칙을 외면한 채 낡은 규칙만 고수해서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새로운 판을 짜는 리더십이다. 기업과 정부는 AI 컨트롤타워 역할의 조직을 신설해 새로운 AI 리더십을 발휘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2024.04.22 00:32

  • [리셋 코리아] 국민은 조정·타협의 정치 복원 원한다

    [리셋 코리아] 국민은 조정·타협의 정치 복원 원한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 윤석열 정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두 가지 측면에서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먼저 역대급 총선 투표율이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67.0%를 기록했다. 이것은 1992년 14대 총선 투표율인 71.9% 이후 32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정권 심판의 기치 아래 야권 지지자가 결집하자, 선거 막판 여권 지지자도 개헌선인 200석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결집한 것이다. 또 거대 여·야당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에게 조국혁신당과 새로운미래 등 대안이 등장하면서 투표할 유인이 생겼다는 점도 투표율 상승 요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높은 투표율은 보수·진보를 떠나 한목소리로 나라를 걱정하며,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대한한국 미래에 대한 우려를 선거 참여라는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  「 총선은 독단적 국정에 대한 심판 야당 및 국민과의 소통 절실해져 야당도 건설적 비판과 대안 내야 」    [일러스트=김지윤] 두 번째는 선거 결과이다. 여당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108석에 그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민주연합은 175석, 조국혁신당이 12석, 개혁신당 3석 등 범야권이 192석을 얻었다. 여당 참패, 야당 압승이다. 입법부인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였지만, 올해 집권 3년 차인 윤 대통령의 임기 중 선거였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이 강했다. 윤 정부는 이번 총선을 통해 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얻어 남은 2년을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여러 국정과제를 추진하고자 하였지만, 거대 야권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개혁 추진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총선은 높은 투표율과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는 측면에서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인 참여와 책임성이 잘 실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통치성 측면에서는 우려가 앞선다. 보수·진보를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 정부의 남은 3년이 지난 2년과 같이 여야 극한 대립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벌써 윤 대통령의 레임덕과 차기 대선을 위한 여야 대립이 예상된다. 미·중 패권 경쟁, 기후위기, 북핵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 초노령화와 초저출산, 의료 불균형 등으로 인한 복합적 불확실성이 커져 한국의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잃어버린 정치’ 3년으로 허비한다면 한국의 장래는 밝지 않다.   어찌 되었든 국정운영 책임은 윤 대통령과 여당에 있으니 복잡한 현안 해결을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권, 특히 윤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영국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은 ‘정치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은 다음 달래고 조정해서 타협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관점이 나오게 된 배경은 1950년대 중반 정치적 혼돈의 시기에 영국 정치 세력들이 특정 이념이나 세력을 대변하거나 그들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를 도구화한 것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정치가 특정 정치적 신조에 얽매이지 않고 구체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 상황이 영국의 1950년대 크게 다르지 않아 크릭의 정치 관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치를 조정과 타협이라고 정의한 크릭에 따르면 윤 정부는 낙제점이다.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부정 평가자는 첫째 ‘경제·민생·물가’에 이어 둘째와 셋째로 ‘독단적·일방적’과 ‘소통 미흡’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통합과 협치의 최우선 대상으로 국회 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과 국정을 깊이 있게 논의하고 협상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국민과의 소통에서도 신년 기자회견 대신 사전 녹화로 진행된 KBS와 대담 방식과 최근의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 방식으로 일방향 소통이 주를 이루었다.   조정과 타협이라는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물론 국회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한 범야권도 이제 국정운영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책임 있는 반대 세력이 되었으므로 야당의 기본 기능인 정부 감시뿐 아니라 현안에 대한 건설적 비판과 대안을 제공하여 정부와 협의하고 타협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    

    2024.04.15 00:34

  • [리셋 코리아] ‘젊공’ 대탈주, 공직 개혁 절박성 일깨워

    [리셋 코리아] ‘젊공’ 대탈주, 공직 개혁 절박성 일깨워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중앙일보가 최근 기획 연재한 ‘젊공(젊은 공무원) 엑소더스’는 MZ 세대 공무원들의 일상과 내면을 바닥까지 훑어본 현장 보고서였다. 그들의 입직부터 이직까지, 공직 생활의 단면을 야무지게 솎아내 행정 연구자로서 큰 관심을 갖고 읽었다.   기사에서 ‘젊공’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직 이탈 추세가 심상치 않았다. 작년 기준으로 근속 기간 5년 미만 공무원 중 1만3566명이 공직을 떠났다. 이 중 3020명은 1년 차에 그만뒀다, 5급 이상만 떼보면 더 심각하다. 20대의 72.7%, 30대의 52.7%가 이직 의향을 가지고 있다.     ■  「 하위 공무원 처우 극히 열악해 널 뛰는 정책에 소신은 단죄 우려 일할 맛 나게 임금·조직 개혁을 」    김지윤 기자 무엇이 문제인가? 요약하면 세 가지다. 악성·고질 민원에 시달리는 격무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왜곡된 보상 체계,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비효율적 인사 관리, 그리고 ‘공노비’의 자괴감을 부추기는 공직 가치 훼손이다.   그렇기에 MZ 세대 눈높이에 부응하는 조직문화 개선과 인사 혁신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다. 이명박 정부 이래 규제 개혁과 전자정부에 몰입하느라 정작 사람을 돌보지 못한 우리 정부의 조직 운영 방식과 인사 관리 방식을 MZ 맞춤형으로 혁신하자는 맛깔나는 제언이다.   여기서 우리가 경계할 것은 MZ 세대의 공직 이탈이 MZ 세대 고유의 특성에서 비롯한다는 세대론적 관점이다. MZ는 기성세대와 달라 워라벨을 추구하고, 권위주의 문화에 저항하며, 집단보다 개인의 가치를 더 추구한다는 식의 해석 말이다. 과연 그럴까?   기성세대라고 해서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며 워라벨을 기꺼이 희생하고 ‘꼰대 문화’에 자발적으로 편입한 괴물들이 아니다. 그들 역시 MZ 만큼이나 워라벨을 소망하고, 권위주의에 저항하며, 자율성과 창의성이 존중받기를 기대했다. 흔히 MZ의 특성으로 분류되는 여러 속성이 MZ만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는 공직을 지켰고 후자는 떠나고 있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두 세대를 넘나드는 기저에는 세대 특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기회 구조의 차이가 있다. 기회 구조란 자기가 속한 사회 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 되기도 하고 방해되기도 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적 맥락과 환경을 말한다.   베이비 붐 세대는 공직을 때려치울 수 있을 만큼 바깥세상이 여유롭지 못했다. 반면 MZ 세대의 공직 밖에는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이 넘실댄다. 누구나 가난하고 모두가 못살던 시절의 공직 동기와 누구는 금수저인데 누구는 흙수저인 시대의 공직 동기가 똑같을 수 없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혁신의 주역이 될 것인가 ‘월급 루팡’이 될 것인가는 개인의 일신 전속적인 심리적 결단이지만, 어떤 기회 구조를 향유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같은 MZ라도 연차가 오래될수록 이직 의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기회비용에서 매몰 비용을 뺀 값에 더한 기회 구조의 차이 때문이라고 이해하면 기회 구조의 무게를 금방 가늠할 수 있다.   기회 구조는 MZ 세대 공무원처럼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능동적 집단에서 더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따라서 미래의 정부 개혁은 이 기회 구조의 진화를 염두에 두고 행정 체계와 일반 사회 체계 사이의 균형을 고려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혁이 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급여와 연금이 그렇고, 노동과 복지가 그렇다. 군필 9급 공무원의 급여가 육군 병장 월급보다 적다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이게 다가 아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극에서 극으로 널뛰는 정책 기조를 충실히 수행한 공무원들이 감사와 송사에 직면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통일 정책이 그렇고, 문화 정책이 그러하며, 원자력이든 아니든 에너지 정책은 더하다. 비대해진 대통령실과 국회의 뒤치다꺼리만으로도 바쁜 현실에서는 ‘적극 행정’은 구호고, ‘소신’은 직권남용으로 단죄받는 지름길이 되기 십상이다. 행정의 책무와 정치의 책임을 명확히 가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애국심만으로 일하는 공무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공무원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2024.04.08 00:32

  • [리셋 코리아] 지방 소멸 부르는 수도권 일극 체제 광풍

    [리셋 코리아] 지방 소멸 부르는 수도권 일극 체제 광풍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 위원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소득·소비 측면에서 본 지역경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전국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51.6%(2001~2014년)에서 70.1%(2015~2022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 정도가 2015년 이후 갈수록 심화하면서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가 ‘광풍’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점점 굳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체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정도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0년 49.2%에서, 2015년 49.4%, 2019년 50.0%, 그리고 2022년 50.5%가 그것이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비수도권 청년들의 수도권으로의 대거 이탈 현상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고령화 정도도 높아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낮아졌고, 올해에는 0.6명 선에 진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런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율 저조 현상으로 인구 소멸에 따른 지방 소멸 위험 정도도 점점 커지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성장 잠재력은 계속 약화할 전망이어서 지역 균형 발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     ■  「 수도권 과밀화가 저출산도 유발 기업·공기관 지방 이전 지원하고 고품질 공교육 서비스 제공해야 」    김지윤 기자 수도권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성장세를 견인하는 데 비해 비수도권은 자동차·화학·기계산업 등 제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떨어져 생산성이 크게 둔화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성장률이 격차를 보인다. 전 세계 꼴찌 수준인 합계출산율의 저조 현상도 수도권의 경제력 편중도가 완화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과 취직을 통한 성공 기회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도권으로 청년 인구가 집중(2015~2021년 수도권 순증 인구의 78.5%가 15~34세의 청년층)되면서 ‘승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청년들이 결혼해서 아기를 낳기보다는 사회구조 여건 상 각자도생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처해진다는 해석이다.   수도권의 일극 체제 경제력 집중과 지방 소멸 강화 추세를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까. 첫째, 비수도권이 발전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지방에 수도권의 대기업이나 대형 공공기관의 유치가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레온티예프가 역설한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신성장 동력산업의 유치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저리 융자 등 재정·금융 지원과 취득세·재산세 감면 등 세제 지원, 규제 특례 제도 마련 및 교육 ·주택 지원 등을 통한 정주 여건 개선을 포함하여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과 교육청, 지역 산업체, 지방자치단체가 클러스터(협업 체제)를 구성하여 수도권보다 손색없는 고품질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지역 자체적으로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어 지역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청년들이 지방으로 이주하여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맞춤형 공간들을 지방에 조성하여야 한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 모델을 따르는 방식이다. 일터(직장)와 삶터(주거공간), 쉼터(문화·여가시설) 등 3박자가 갖추어진 청년 친화적 시설들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도시 및 건축 규제 완화 등 제반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   일자리·교육·의료·문화서비스와 교통 등 모든 여건에서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손색이 없는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제대로 현실에 적용이 될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완화되고 상호 윈-윈하는 지속가능한 공생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코리올라누스』의 3막 1장에 나오는 대사는 도시의 핵심을 잘 짚었다.   “시키니우스: 사람이 없다면 도시가 무엇이겠습니까?   시민들: 맞습니다. 사람이 바로 도시입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 위원

    2024.04.01 01:00

  • [리셋 코리아] 의대 정원 확대, 이공계 인재 블랙홀 안 되려면

    [리셋 코리아] 의대 정원 확대, 이공계 인재 블랙홀 안 되려면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기인재정책연구센터장 정부는 지난 20일 서울 이외 대학의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해 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의대 입학생은 5000명을 넘기는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우수한 과학기술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이공계 인재가 의학 계열로 이동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엄밀히 따지면 2023년도 이공계 대학 입학자가 약 5만9000명이니, 2000명이 이공계에서 빠져나간다고 해도 3% 정도라 엄청 큰 효과를 낳기는 힘들다.     ■  「 교수 연구실 중심 인재 교육 한계 연구와 교육 분리하는 게 바람직 과기 인재 위한 좋은 일자리 필요 」    김지윤 기자 보다 큰 문제는 세계 최저인 우리나라 출생률로 인해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지금처럼 인문사회 대비 이공계 선호가 계속된다고 해도, 2025년 이후에는 이공계 대학원 재학생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 발달을 이끌 이공계 인재 풀 자체가 많이 감소하는 가운데 의대 정원 확대 영향이 더해져 적절한 과학기술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더 키울 수 있다. 나아가 우수 과학기술자가 될 수 있는 학생이 먼저 의약 계열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대학 입시에서 입학 성적 상위 20위권 학과는 15위를 기록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제외하면 모두 의학 계열 학과로 나타났다. 입학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의학 계열로 우선 진학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산업 및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 등과 같이 영향력이 큰 과학기술일수록 이를 개발하는 우수 인재의 중요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주요 국가일수록 우수 과학기술 인재 확보를 위한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제는 과학기술 수준에서 우리나라를 앞서가는 나라가 된 중국의 경우 ‘쌍일류’ 전략으로 대학을 지원함과 동시에 청년 영재 성장 지원,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 인재 풀의 축소에 더해 우수 인재가 더 빠져나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더 나은 직장과 안정된 고소득이 확보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는 건 개인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지금까지처럼 인재 공급 기관에 대한 지원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충분한 인재 풀 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인재 정책에서도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인재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원)의 연구 및 교육 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별 교수의 연구실을 중심으로 교육과 연구가 모두 이루어지는 현재의 환경은 더 이상 과학기술 인재 성장에 최적의 환경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도 연구는 철저히 전문 연구자의 고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문 연구 체제를 갖추고, 대학(원)생의 교육은 인재의 성장과 진로를 중심으로 확실히 이루어지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즉, 국가만이 아니라 대학에서도 전문적인 연구와 교육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투자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나아가 이렇게 성장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확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과학기술 인재를 위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임금 자체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 연구에 더 몰두하거나 장기적으로 더 크게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재의 유입·성장과 취업이 선순환을 이루는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 인재 정책이 범부처 차원에서 종합 정책으로 기획되고 추진되어야 할 시기이다. 이것이 양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해지는 국내 과학기술 인재의 육성과 자발적인 유입을 촉진할 유일한 방법이다. 국가간 치열해지는 첨단 산업 경쟁에서 과학기술 인재 없이 앞서 나아갈 길은 없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수 인재가 스스로 찾아올 수 있고 미래 인재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산·학·연·관 모두 힘을 합쳐 적극 노력해야만 하는 시대가 눈앞에 닥쳐왔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기인재정책연구센터장

    2024.03.26 00:40

  • [리셋 코리아] 알리·테무 공세, 국내 플랫폼 경쟁력 높여가야

    [리셋 코리아] 알리·테무 공세, 국내 플랫폼 경쟁력 높여가야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중국 유통망의 글로벌 버전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해외 직접 판매 플랫폼의 한국 시장 침투가 거세다. 이것은 침체한 중국 내수시장을 해외 수출시장과 연결하여 발전시키고자 하는 중국 정책 당국의 쌍순환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막강한 자본력과 글로벌 입지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제조 공급망과 결합하면 도저히 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포감마저 느낀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의 온라인 생산유통 시스템은 강력한 제조 원가경쟁력과 공급원의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지만, 이것은 동시에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  「 중국 플랫폼 가격·다양성 장점 한국은 소비자 신뢰 계속 쌓아와 국내 규제는 경제 방어력 저해해  」    한호정 디자이너 특히 생활용품과 패션상품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상품은 압도적인 플랫폼 자산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양성에 대한 통제 불가능성은 가격 대비 아주 좋은 상품도 있지만, 반대로 가격을 고려하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품도 섞여 있다는 걸 뜻한다. 이러한 점이 통제되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어떤 경우 1000원에 횡재를 하지만, 어떤 경우 바로 쓰레기를 받게 된다. 한국 커머스 플랫폼은 지난 25년간 시장 경험을 통해 이러한 허점을 통제하여 소비자 경험을 높였고, 지금도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1년간 중국 생산유통 시스템 경험은 소비자들을 온라인 쇼핑 유혹에 대해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진화시켜 왔다. 일회용품에 가까운 생활용품은 알리익스프레스를 사용하고, 일상적 생활과 연관된 소비는 쿠팡 멤버십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자기 이미지에 관련된 상품은 백화점·명품몰·패션전문몰을 사용하는 소비 패턴이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의 대응은 비교적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범정부 TF를 구성하여 중국발 커머스 플랫폼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위조품·가짜와 같은 지식재산권 문제가 있는 상품 또는 한국에서는 유통이 금지된 성인용품 등에 대한 노출을 차단하도록 요구하여 국내 판매자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주류나 의료용품에 대한 광고 표시, 화재와 같은 불의의 사고를 통해 구매 소비자를 넘어선 타인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전기안전용품의 인허가 문제 같은 쟁점이 더해질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정치가들이 제기하는 관세 면세 한도 폐지와 같은 국제관례를 깨는 조치는 한국과 중국의 면세 한도가 비슷한 수준이고 2023년 기준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1% 남짓으로 매우 작다는 점에서 그다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소비자의 면세제품 재판매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커머스 플랫폼과 온라인 판매자, 택배 물류사업자 등으로 이루어진 플랫폼 생태계는 서로 입장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영역은 중국산 제품을 단순 구매 대행하여 판매하던 온라인 판매자이다. 이들은 유통구조에서 탈락하는 탈중간상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온라인 판매자 중 중견 판매자는 이미 국내 플랫폼용 판매 상품의 제조원을 국내 제조업체로 전환하고, 동남아 등의 신규 시장에서 해당 지역 총판을 구성하고, 중국에서 판매자 합작을 진행하면서 필요하다면 알리익스프레스 등에 입점한다는 기조 아래 체질 전환을 시도하거나 완료하고 있다. 이것이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와 해외 직접 구매의 단순 비교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커머스 플랫폼은 더 격한 경쟁 환경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더 큰 적응력을 키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 물류사업자는 지난해 매우 큰 새로운 시장 기회를 얻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시스템에서 내수 시장의 강한 경쟁 환경은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소매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역설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공세는 한국 커머스 플랫폼 규제 환경이 우리 경제의 방어력을 저해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우리 유통시장은 글로벌 경제시스템에서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자생적 경쟁력을 갖추고 더 자유롭게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2024.03.18 00:34

  • [리셋 코리아] 필수의료 의사에게 핀셋형 보상책 이뤄져야

    [리셋 코리아] 필수의료 의사에게 핀셋형 보상책 이뤄져야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산학연구부총장 의대 정원 증원 이슈가 사회적 블랙홀이 되며, 당초 국민 건강을 위해 획기적으로 강화하려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필수의료는 중증·응급·소아·임산부 환자 등과 같이 의사가 환자 곁을 지켜야 하는 의료서비스이다. 이를 제공하는 의사들의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 필수의료를 살리는 길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본인·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 거나 비필수 의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대우를 받는 경우도 많다.   건강보험료를 100조원 넘게 쓰지만 필수의료 지원은 보잘것없다. 건강보험료의 낮은 보장성을 보완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실손보험을 도입한 지난 20여 년 동안 의사들은 법적 위험이 적고 경제적 편익이 큰 의료서비스로 급격하게 이동하게 되었고, 필수의료는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  「 실손보험 도입후 필수의료 뒷전 비필수 의사보다 낮은 대우 방치 재정 투입해 필수의료 복원해야 」    김지윤 기자 규제 완화라는 이름 아래 단계를 밟아 진료를 받는 의료전달체계의 빗장을 풀어버린 결과 서울 가서 진료받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고 지역의료는 무너지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필수의료 분야 건강보험수가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여 대학병원조차 필수의료 분야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게 됐다.   고령화 등으로 의료비가 급증하며 건강보험 재정 적자 운영을 이유로 건강보험료 인상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져 왔다. 정부는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정부지원금을 2015년 이후 단 한 번도 법정지원액만큼 지원하지 않아 9년 동안 누적된 지원 부족분이 15조원에 이른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온전하게 작동하도록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과 의료 이용의 단계를 건강하게 복원해야 하건만 의대 입학생 2000명 증원에 매몰돼 있다.   우리 국민은 전국 어디 가서든 진료받고 입원할 수 있는데, 세계 어떤 나라 환자도 원하는 대로 모든 병원을 문턱 없이 이용하지는 못한다. 이런 방식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고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망친다. 또 개인 의원과 대학병원이 경쟁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경증·중증 관계없이 대형병원을 찾는 극도의 전문의 선호와 의료의 무제한 이용을 방치한 정책 실패의 결과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주치의 제도 도입 논의가 30년째 되고 있지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에 6000병상을 더 지으려 하고, 수십억원 하는 고가 장비를 개인 의원에 수없이 설치하여도 어떤 계획이나 규제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 의료제도가 만신창이가 되도록 정부가 방치하였기에 필수의료는 내동댕이쳐졌고, 지역의료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 시급한 것은 의사면허 정지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복원시켜 지역의료를 살리는 것이다.   중병이 든 의료체계를 중환자실에서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료체계 개혁과 함께,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에게 핀셋형 보상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복원을 위한 의료 개혁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현장과 환자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하고 건강보험료를 합리적으로 인상하는 것을 미룰 수 없다. 건강보험료를 급격하게 인상하지 못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부재정을 증액하여 필수의료를 복원시켜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수가 상환만 하는 출납부 역할을 넘어 지역 단위로 보험 재정을 투입하여 지역에서 적정한 의료서비스와 질병 예방정책이 추진되도록 하여야 한다.   주치의제도를 도입하여 의료전달체계를 재구축함으로써 동네 의원의 기능과 대학병원의 기능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의료서비스 생태계를 복원하여야 한다. 무분별한 병상 증가와 고가 의료장비의 설치를 평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하여야 한다.   서울 이외 지역에 수십 개 설치 운영되는 국가 지정 감염병·암·심뇌질환·응급의료·전문질환 센터가 지역 네트워크를 이끌어 지역 단위로 온전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 국가 지정 필수의료 공공의원을 지정하여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지역의료 공백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홍수 난 마을에 마실 물조차 없는 상황으로 가지 않고 의료계 난맥을 극복하여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되살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산학연구부총장

    2024.03.11 00:32

  • [리셋 코리아] 트럼프 재선은 한국에 큰 기회 될 수 있어

    [리셋 코리아] 트럼프 재선은 한국에 큰 기회 될 수 있어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브뤼셀자유대학 KF 한국석좌 거침없는 미·중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적 여파, 기후변화의 도전, 여기에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까지. 세계는 지금 미래가 지극히 불투명한 복합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과 같은 중견국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은 실질적인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있지만 중견국은 대응적인 외교·경제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위기에는 새로운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특히 한국은 국제 정세가 만든 ‘복합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  「 지난해 한국 해외 투자 유치 최대 복합위기에 매력적 투자처 부상 불안정한 정세 속 기회 포착 가능 」    [일러스트=김지윤] 미국과 중국 간 경제·기술 경쟁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인들은 무역 개방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른 다자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한다. 그러나 이 세계는 조만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경제안보와 디리스킹(중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면서 위험 요인 제거)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빅3’의 산업 정책이 이끄는 세계 경제의 현실이다.   겉으로 보기에 이것은 한국에 곤경을 초래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통계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87억 달러의 기록적인 해외 투자를 유치했고, 327억 달러의 기록적인 투자 약속을 끌어냈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분야는 반도체·배터리·선박·자동차 같은 첨단 기술 부문이다. 외국 기업·정부들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핵심 부문에서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낙관한다는 이야기다.   삼성과 ASML이 한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7억6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 ASML 같은 기업들은 인건비 등 비용을 기준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와 경쟁할 수 없는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 요인보다는 정치가 경제적 의사 결정의 중심이 되면서, 한국은 혁신 주도적이고 안정적 경제 환경 덕분에 더 매력적인 파트너가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ASML의 클린룸을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외국 정부·기업들에 있어 한국을 지지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한국의 증가하는 무기 수출도 현재의 복합위기 환경이 전략적으로 현명하고 제조업 기반이 강한 중견국들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방부 추정에 따르면 한국 무기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140억 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해 사상 두 번째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173억 달러의 무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또 지난해 수입업체는 3배, 무기 시스템 판매는 2배로 증가하는 등 고객이 더욱 다양화됐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의 한층 격화된 공격성에 여전히 경각심을 갖고 있다. 중동에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홍해에서 상업용 선박을 위협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의 공격 등으로 몇달 째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폴란드와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국가들이 한국과 무기 수입 및 방위 협정을 강화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호주와 말레이시아 등 중국의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도 한국의 무기 제조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신뢰할 수 없는 미국 대통령이 다시 취임할 것이라는 전망과 세계 여러 지역의 불안이 맞물린다면 한국에는 위기가 아니라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국내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주요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 기업이 장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의 핵심 이점인데, 한국은 이 부분에서 탁월하다.   따라서 한국은 단순히 강대국의 변덕이나 불안정한 글로벌 환경에 끊임없이 반응해야 하는 ‘장기판의 졸’이 아니다. 불안정한 세계에서 제 역할을 하는 중견국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표명한 글로벌 중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명칭으로 부르든 한국은 복합위기의 세계가 가져오는 복합기회를 포착한 나라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브뤼셀자유대학 KF 한국석좌

    2024.03.04 00:32

  • [리셋 코리아] 저출산 대책, 부총리급 기구가 필요하다

    [리셋 코리아] 저출산 대책, 부총리급 기구가 필요하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난 1월 18일, 총선 공약으로 저출산정책을 발표했다. 윤석렬 대통령은 이어서 30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주형환 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교체했다. 그동안 공염불에 머물렀던 출산율 정책을 실효성 있게 바꾸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복지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어떤 정부 위원회보다 권위를 인정받는 기구다. 도입 시에는 고령화 시대를 중심으로 한 정책위원회였는데 지금은 저출산 정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나 저출산 문제들에 대해 국민이 인식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고령화로 인한 세대 간 갈등과 합계출산율 0.7대의 저출산 문제를 방치한 채 시간만 보냈다.     ■  「 주택·육아·교육 등과 연관돼 대통령 직속 위원회 체제론 한계 실행력 갖춘 정부기구가 맡아야 」    김지윤 기자 고령화는 노인들의 문제인 반면 저출산은 젊은 세대의 문제인데, 이를 한 위원회에 몰아넣고 함께 해결해주기를 기대해 왔다. 노인정책은 노후 준비가 안 된 노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생활 능력이 없는 노인들에게 복지비를 걷어낼 방법이 없으므로, 거의 젊은이들의 부담으로 국민연금·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혜택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 문제는 전혀 다르다. 젊은 부부의 출산 결정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20년 이상 자녀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어야 하고, 자신들보다 더 안정된 사회에서 살 수 있겠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저출산정책의 핵심은 태어나지 않은 자녀들에게 안정된 주택·육아·교육·일자리까지 보장해 젊은이들의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다. 위원회의 논의는 구조적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복지 예산 증액에 집중해 왔다. 위원회는 연금개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은 물론 고령화로 급등하는 노인 의료비에 대한 구조적인 대응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저출산이 심화하는 데도 체계적 지원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22명의 위원 중 기획재정부 부총리를 포함해 보건복지부·교육부 등 유관 7개 부처의 장관이 직접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각 부처의 예산을 눈치껏 밀어주는 바람잡이 역할을 해 왔다. 내부 사정이 있겠지만, 과연 위원회에 소속한 관련 학자·전문가들이 진지하게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논의했는지 의문인 채 관련 부처에 논의를 맡겨 놓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실무를 맡게 된 부위원장을 경제통으로 위촉한 것은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운영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위상을 찾으려는 변화로 본다.   첫째, 위원회가 추상적 논의만 하지 말고 책임감 있게 저출산정책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도록 요구한 것이다. 17년간 332조원이 저출산 예산으로 투입되었지만, 출산율은 지속해서 하락했다. 저출산 예산이 새로 출산을 결심하도록 하지 못한 채, 이미 출산을 결정했거나 출산한 가정에 집중된 지출이었기 때문이다. 예산 타령만 하기에는 저출산 위기는 이미 시간을 넘긴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혁신적 정책적 재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부위원장이 경제통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최근 급격히 증가해온 보건·복지·고용·교육 예산이 올해 전체 예산의 50%를 넘고 앞으로 법적 의무 지출 증가가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민이나 정치권이 모두 보편적 복지라는 심각한 ‘복지병’에 감염되어 있다. 이제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복지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되어버린 경제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셋째, 앞으로 저출산 문제는 위원회급 정책 논의에서 부총리급 정부 기구로 전환해 저출산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실무형으로 교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출산·주택·육아·교육·일자리까지 모든 부분이 안정적으로 연결 고리가 끊이지 않고 우리 자녀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믿음이 있어야 출산을 결심한다.   국민의힘은 총선 공약 1호로 출산율 정책을 제시하면서 ‘인구부’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총선 공약으로 ‘인구위기대응부’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이제 대통령이 저출산의 책임을 위원회가 아니라 부총리급 ‘인구부’에 물을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

    2024.02.26 00:34

  • [리셋 코리아] 총선 앞두고 허위 조작 정보 대처 시급

    [리셋 코리아] 총선 앞두고 허위 조작 정보 대처 시급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대통령실 사이버특보 민주주의는 지금 전쟁 중이다.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언제부터인가 허위 조작 정보가 횡행하고 외국 스파이들이 암약하는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거의 2, 3년마다 주기적으로 선거가 아닌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최근 세계 곳곳의 많은 선거에서 민주주의 퇴행의 징후들이 보이고 있고, 일상의 민주주의마저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 선거를 방치한다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제도에 대한 신뢰, 정부에 대한 신뢰, 서로에 대한 신뢰는 바닥나버리고 말 것이다.     ■  「 선거 때 가짜뉴스, 외국 개입 횡행 빅테크 등 참여하는 TF 설립 시급 자율 규제와 행정 규제 마련해야 」    [일러스트=김지윤] 이제 우리는 이러한 허위 조작 정보 유포와 외국의 선거 개입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 대선을 포함해 전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는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이나 챗GPT 등 AI 텍스트 생성 엔진을 활용한 자동화된 허위 조작 정보 대량 생성·유포로 민주주의가 더욱 위협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2년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AI를 활용한 허위 조작 정보에 의한 선거 개입을 선정했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준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AI 기술을 이용한 외국의 선거 개입 공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허위 조작 정보와 딥페이크를 이용한 총선 개입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허위 정보 확산을 통해 선거 개입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선거에서 대규모의 파국적인 영향을 미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확한 의도·역량·자원을 가진 세력에 의해 AI를 통해 대량 생산된 허위 조작 정보와 딥페이크 영상이 대형 소셜미디어를 타고 무차별 확산되는 이 전쟁터에서 우리는 승리를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최근 네이버·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허위 조작 정보 생성·전파에 널리 활용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인 빅테크 기업들이 선거를 앞두고 자율 규제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허위 조작 정보에 대응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응책만으로는 조직적이고 자동화된 허위 조작 정보 유포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여 선거에 대한 영향을 차단하기에 역부족이다. 우리의 허위 조작 정보 대응 방안은 아직 파편화되어 있고, 빅테크 기업이 자신의 책임에 맞는 충분한 역할을 하도록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   22대 총선을 2개월 남짓 앞둔 상황이지만, 지금에라도 우리는 허위 조작 정보와 딥페이크 유포에 대응하기 위한 전 사회적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허위 조작 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권한과 기술 역량을 갖춘 공공·민간 간 파트너십에 기반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기업들과 딥페이크 및 허위 조작 정보 탐지 및 삭제, 계정 차단, 사이트 차단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이들의 노력을 견인·조정·종합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 대선에서 프랑스 정부가 보여주었던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조 체계와 미국 중간선거에서 바이든 정부가 보여주었던 메타 등 소셜미디어 기업들과의 협력은 좋은 사례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총선 기간 동안 딥페이크 등 AI 기술에 의한 허위 조작 정보 활용을 막기 위한 최선의 대응책을 도출하고 적시에 협력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빅테크 기업 및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딥페이크 및 허위 조작 정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립, 운영하는 것이다. 이 TF는 지난 1월 딥페이크 활용 허위 조작 정보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신속히 구성되어야 한다. 이 TF를 통해 방통위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율 규제 활동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과 동시에 적절한 행정 규제 수단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간이 충분치 않지만, 지금에라도 허위 조작 정보에 맞서기 위한 진지를 구축하고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3년 뒤 대선이라는 큰 전쟁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맞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대통령실 사이버특보

    2024.02.19 00:42

  • [리셋 코리아] 활개 치는 산업스파이, 국가경쟁력 좀먹는다

    [리셋 코리아] 활개 치는 산업스파이, 국가경쟁력 좀먹는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최근 디지털 전환을 통한 가치 네트워크 기반 협업이 활성화되면서 기술 정보의 상호 공유 과정에서 기술 유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패권 전쟁이 확대되면서 국가간 생존을 위한 기술 확보·강화 과정에서 기술 유출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기술 유출 사고는 일반적인 사이버보안 사고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주로 전자파일 형태로 존재하는 기술 정보는 유출이 되더라도 원본 파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유출 사고 자체의 발생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 둘째, 사이버보안 사고에 비해 발생 빈도는 낮지만, 발생하는 보안사고당 손실 규모는 훨씬 크다. 마지막으로, 국내 조직 간에 발생한 기술 유출 범죄가 유출된 기술의 중요성과 수요처의 다양화에 따라 국제적 범죄로 확대되고 있다.     ■  「 기술 유출, 경제에 심각한 영향 적발돼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 처벌 강화하고 전문인력 키워야 」    김지윤 기자 다양한 형태로 쉼 없이 발생하고 있는 기술 유출 사고는 기업 수준을 넘어 산업 경쟁력, 나아가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 수준의 경제 안보 개념에서 해결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술 보호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기술 유출 사고 범죄자에 대한 양형기준 상향과 적용 현실화가 요구된다.   최근 양형기준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으나, 현실적 적용을 위해서는 기술 유출 손해 금액 산정 방식에 있어 피해 기업의 투자비와 시장 손실, 기회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객관화된 방법론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로 국가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조직과 전문 인력 등에 대한 기술 보호 지원 제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을 보유한 조직(기업·대학·연구소 등)에 대해 기술 보호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 마련과 함께, 외부로부터의 사이버 공격 대응과 구별되는 내부로부터의 기술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화된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보안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운영하는 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국가 수준의 경제적·비경제적 지원과 함께, 등급 수준별로 차별화된 보안 관리 규정의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산업별로 기술 유공자를 선정, 산업기술 전문단체 회원으로의 활동을 보장하고 연금 등의 지원을 검토하는 한편 대학·연구소 현장 등에서 그간의 경험적 지식을 공유할 기회(강의·자문 등)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병행하여 전문 인력의 등급 수준에 따라 보안 교육, 외국인 접촉 신고, 외부 자문 제한, 겸업 금지 보상과 계약 등과 같은 보안 관리 방법의 선택적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 종류 및 유형별로 연관된 현재의 다양한 기술 보호 관련 법령(산업기술보호법·중소기업기술보호법·방산기술보호법 등)을 조정하고 통합함으로써, 산업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산업 보안 정책과 실행 체계의 일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통합된 법체계 마련과 함께 기술 보호를 전담하는 기관을 공공기관 형태로 통합하고, 산업 보안 인증제도와 성숙도 모델을 개발·적용함으로써, 기술 보호 수준에 대한 객관성 확보와 동시에 조직이 스스로 기술 보호 수준을 측정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기술 보호 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기술 보호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해당 인력은 보안기술 개발과 운영 역량과 함께 보호 대상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의 보안 내재화를 위해 이공계 학과에서 산업보안 과목을 공통으로 개설, 대학 및 대학원에서 융합적인 산업보안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현재 산업현장 보안 인력에 대한 재교육 과정 진행 등과 같은 구체적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많은 노력으로 개발한 기술이 유출될 경우, 되돌릴 수 없으며 시장 출시의 기회마저 잃게 된다. 현재 첨단전략산업과 연결된 선도기술의 확보가 증가하면서 국가적 수준의 기술 보호 정책과 제도를 포괄적인 시각에서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2024.02.05 00:32

  • [리셋 코리아] 올해 한·일 안보협력이 더욱 중요한 까닭

    [리셋 코리아] 올해 한·일 안보협력이 더욱 중요한 까닭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여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한국의 4월 총선을 겨냥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군사 협력 강화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은 북·중·러 삼각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은 강대국 간 갈등 관계를 이용하여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유엔 제재를 무시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  「 북한, 긴장 높이며 대미 거래 준비 핵 동결 대가 제재 해제 요구 가능 한·일, 위협 공유해 미국과 협의를 」    리셋 코리아 이로 인해 올해 한국의 외교 및 안보 능력이 각 방면에서 많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시급한 과제가 많아 북한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러시아가 다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대결도 미국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홍해에서는 예멘 후티 반군의 화물선 공격이 미국과 영국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어 이란의 대응 여부에 따라 중동 전체로 확전될 소지를 안고 있다.   지금 한국이 당면한 지정학적 위험을 관리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다. 민주주의와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일본의 협조가 필수 불가결하다. 다행히 작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된 한·미·일 협력 체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대처하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미 3국 간 각종 장관급 회의가 10여 차례 이상 개최되었다. 미국의 관심을 계속 한반도에 묶어 두기 위해서도 일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작년 12월 초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이 주관한 ‘평화 오디세이’는 주일 미군기지인 요코스카 해군기지와 요코다 공군기지를 방문했다. 그간 잊혀져 있었던 주일 유엔군 후방 기지의 역할과 이들 기지의 한국 방위 임무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요코스카 기지에 상주하는 항공모함 레이건함은 미국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은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대만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하여 방위비를 GDP의 1% 이내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포기하고 작년에 2%로 증액하기로 하였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일본을 중심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일 간 불화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불편한 현실이다. 미국은 항상 일본과 한국이 잘 협력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여 왔다. 만약 미국이 한국과 일본 중 택일을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주저 없이 일본을 선택할 것이다. 작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한·일 관계 개선에 용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캠프 데이비드 3자 정상회담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를 추적하는 데 한·미·일은 실시간 정보 교환 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높이는 등 올해 11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자신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대가로 미국 및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동북아 전략 지형의 변경을 가져오는 시도는 일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이 동북아 안보 위협 인식을 공유하면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목소리를 크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일이 공통의 위협 인식을 토대로 미국의 관심을 촉구한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내년은 한·일 수교 60주년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60년의 한·일 관계를 설정하는 담대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도 한·일 간 상호 시장을 개방하여 인적 물적 왕래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등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담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2024.01.29 00:25

  • [리셋 코리아] 남북 평화공존의 2국 체제 전략 수립해야

    [리셋 코리아] 남북 평화공존의 2국 체제 전략 수립해야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리셋 코리아 통일분과 위원 강대국의 지정학적 경쟁 시대가 열리자 유라시아 주변부의 전통적인 지정학적 지진대에서는 전쟁이 들불처럼 번졌다. 동유럽·중동에 이어 다음 전쟁터는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화약고 앞에서 불장난하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부터 대남 위협을 퍼부었다.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핵 무력의 지속적 증강”과 “남조선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를 지시했다. 사실 익숙한 협박이며, 한국군과 한·미 동맹의 효과적인 대응이 기대된다.   그런데 난데없이 김정은이 “대한민국 것들과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라며 김일성 시대부터 지켜온 ‘1 민족, 1 국가’ 통일 노선을 폐기하고,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  「 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공세 국민의 희망은 평화공존 2국 체제 남북이 공존·협력하는 전략 짜야 」    김지윤 기자 북한은 줄곧 연방제 통일,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며 통일 공세를 폈는데, 돌연 한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을 포기한 것은 무슨 꿍꿍이속일까. 보다 중요한 질문은 북한발 ‘2국 체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이 무엇인가이다.   향후 한반도 앞에는 3개의 길이 예상된다. ▶통일 경쟁과 전쟁 위기가 상존하는 현 분단 체제, ▶김정은이 선언한 ‘적대적 2국 체제,’ ▶평화공존의 2국 체제 등이다.   여기에 최선의 선택지는 없다. 분단 체제에서 남과 북은 제각각 영토와 주권이 불완전한 반쪽 국가로 인식하고, 온전한 국가가 되기 위해 무한 ‘통일 경쟁’을 벌였다. 서로 먹고 먹히는 제로섬 ‘통일 경쟁’은 전쟁 위기 상존, 대화·협력 붕괴, 빈번한 군사 충돌, 북한 핵무장, 남북 군비 경쟁을 초래한 근원이었다.   결국 ‘통일 경쟁’을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통일하여 하나가 되거나, 통일을 포기하고 완전히 남남으로 사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당분간 통일을 포기하고 ‘2 국가’로 사는 것이 ‘통일 경쟁’에서 벗어나는 현실적 방안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북한은 “영구 분단을 획책”한다며 반대했고, 국내에서도 반통일적·반민족적·반헌법(3조 영토조항)적이라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추세가 변했다. 북한은 ‘우리 민족 제일주의’ 구호를 ‘우리 국가 제일주의’로 대체하고, 김여정은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자”고 했다.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절대다수 국민은 분단국가도 통일 국가도 아닌 ‘2국 체제’를 선호했다.   한국도 ‘2국 체제’를 추진했던 적이 있다. 냉전 말 유행했던 ‘4강 교차 승인’ 주장은 한반도 ‘2국 체제’를 전제로 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중앙일보 칼럼(2015년 9월 14일자)에서 1989년 자신이 통일부 장관 때 만든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참조한 “한국판 2국 체제”이며 “한반도에서 두 국가 체제가 상당 기간 공존·협력”하는 것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한국은 1991년 9월 유엔에 동시 가입하면서 국제법적으로 ‘2국 체제’를 수용했다. 하지만 북한이 그해 12월 남북기본합의서 협상 때 ‘2국 체제’를 거부함에 따라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타협안이 채택되었다. 이로써 ‘2국 체제’의 정착은 불발했고, 남북 간 ‘통일 경쟁’이 지속되었다.   현재 한반도는 분단 체제와 2국 체제의 갈림길에 있다. 우리 국민은 전쟁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화공존의 2국 체제를 원한다. 그런데 김정은이 언급한 ‘적대적 2국 체제’에서는 분단국 간 ‘통일 경쟁’이 적대국 간 ‘안보 경쟁’으로 대체될 뿐이므로 여전히 전쟁 위험이 상존한다. 그래도 주목해야 할 ‘2국 체제’의 특성이 있다. 분단 체제에서 분단국은 구조적·이념적으로 ‘통일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2국 체제에서는 냉정한 국익 계산에 따라 적대 관계를 평화공존 관계로 리셋하는 선택이 가능할 수 있다.   정부는 예상되는 북한발 2국 체제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판 평화공존형 2국 체제 전략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2국 체제’ 추진 경험이 참조 사례가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리셋 코리아 통일분과 위원

    2024.01.22 00:21

  • [리셋 코리아] 바이든 임기 내 G9 가입 온힘 쏟아야

    [리셋 코리아] 바이든 임기 내 G9 가입 온힘 쏟아야

    김진명 작가·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에 전쟁이 날지라도 미군이 참전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50%에 육박한다. 우리로서는 큰 위기다. 그간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매우 특별한 대접을 받아왔다. 그 이유는 동서대결 시대에 미국이 지원한 수많은 나라 중 오로지 한국만이 경제 발전과 자유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루어 낸 미국 대외정책 성공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냉전은 끝났고 미국의 힘도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최근 북한이 푸틴의 도움을 받아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ICBM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미국의 머뭇거림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  「 트럼프 집권 땐 한미일 공조 요동 위상 약화 G7 대안으로 G9 주목 미·일 설득해 올해 내 성사시켜야 」    리셋 코리아 당장 지금도 북한이 마구 쏘아대는 미사일에 엄포만 놓고 있을 뿐인 한미일 공조는 올해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 형해화할 운명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동맹의 중요성에 전혀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한미 FTA부터 주한미군까지 싸잡아 비난하던 그가 재집권하면 한미관계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정은을 친구라 부르며 북한과의 거래를 즐겨온 그가 북한 핵을 용인하는 바탕 위에서 미군 철수를 밀어붙일 위험성조차 있다. 대한민국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악몽이지만 불행히도 트럼프를 변화시킬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지난 임기 때 그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누그러뜨렸던 ‘방 안의 어른들(Adults in the Room)’의 활약도 기대할 수 없다. 군사 및 외교정책 전문 관료인 그들에 대한 반감이 컸던 트럼프는 재집권 시 노골적으로 자신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인물들로 캐비닛을 구성하겠다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바이든 정권은 트럼프가 함부로 주한미군에 손대지 못하도록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워낙 강력한 대통령제하에서 트럼프가 못 할 일은 사실상 없다.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지금부터 그와의 깊숙한 케미 포인트를 찾아내고 독자적 핵 보유 딜도 준비해 두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당장 추진해야 할 시급한 국가전략은 직선으로 G9에 가입하는 것이다. 과거 미국이 막강하던 시기에는 현재의 G7이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장악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중국·인도·브라질 등이 급성장한 지금, G7은 주도력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표성 또한 현저히 떨어진다. 이에 따라 한국과 호주를 가입시켜 G7을 G9으로 확대함으로써 역동성과 대표성을 증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이것을 치밀하고 강력한 논리로 승화시켜 회원국들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독일, 일본 등 G7 국가들이라고 해서 트럼프의 갖가지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트럼프는 한국과 달리 이들 나라에 대해서는 쉽사리 극단적 카드를 내밀지 못했다. 미국 국민에게 G7 국가들은 경제와 안보의 운명공동체인 ‘이너그룹’ 으로 인식되고 있어 아무리 천방지축인 트럼프라 할지라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트럼프가 자신의 치적인 한미일 협의를 허물어뜨릴 걸 잔뜩 염려하는 바이든을 설득해 그의 임기 중에 G9 가입을 성사시켜야 한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으로 서구가 한국을 전략적 중추 국가로 인식하게 된 데다, 한국의 방위산업과 반도체, 배터리 등의 첨단기술이 가진 매력이 무척 크므로 바이든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가능하다.   특히 일본의 동의가 중요한데, 과거 우리는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 견해를 보여왔던 만큼 먼저 일본의 국민감정을 해소해야 한다. 전체주의 국가에 둘러싸인 한국이 붕괴하면 다음 차례는 일본이 될 수밖에 없음을 논파하는 동시에, 프랑스·영국처럼 한일 간 해저터널 건설을 정식으로 제안해 봄 직하다.   G9 가입은 정상들의 결정이므로 미국과 일본 두 정상과의 관계가 근래 최고조인 지금이 적기임은 분명하다. 여기에 풍부한 자원의 경제 대국인데다 대만 선거 결과에 따른 중국의 위협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 호주와 면밀히 연계해 시너지를 높이면 바이든을 비롯한 정상들이 두 나라 가입을 신속히 결정하도록 만들 수 있다.   트럼프 4년보다 바이든의 남은 10개월이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만큼 정부는 긴급히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치달리기 바란다.   김진명 작가·리셋 코리아 운영위원

    2024.01.17 00:42

  • [리셋 코리아] 한·일 경협 중요성 되새긴 ‘평화 오디세이’

    [리셋 코리아] 한·일 경협 중요성 되새긴 ‘평화 오디세이’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주최로 지난해 12월 5,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평화 오디세이 2023’은 ‘평화를 향한 한·미·일 협력의 길’이라는 테마로 오피니언 리더들이 다양한 제언과 새로운 지식을 나눈 자리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한·일 경제협력 방향은 물론, 국가 안보와 주일 미군기지의 역할 및 대응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게 된 기회였다.   첫날 학술대회는 한국과 일본 기업을 경영해 온 나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속에서 한·미·일 전략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느끼게 되었다.     ■  「 국가·기업 협력 기초는 ‘역지사지’ 상대 입장 이해하려는 노력 중요 정치와 별개로 공동 이익 추구를 」    리셋 코리아 후카가와 유키코(사진 오른쪽) 와세다대 교수가 한·일 협력의 신(新)차원으로 제시한 3가지는 특히 공감이 갔다. 이는 첫째, 성장 위주에서 지속성으로의 가치 전환, 둘째, 제로섬 경쟁에서 포지티브섬 경쟁으로의 전환, 셋째, 기층 사회의 충돌에서 글로벌 협력으로의 전환이다.   한·일은 지금껏 정치적 갈등과는 별개로 경제 협력을 통해 공동 이익을 추구해 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정경 분리 원칙은 균형 있게 지속되어야 하며, 한·일 경제계가 공동 노력해서 새 시대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한·중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중국과 연결된 공급 체인을 끊을 수도 없고 끊어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양국 간 관광·문화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하고,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협력 관계의 핵심은 혁신적 기술과 제품이라는 ‘경제적 힘’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전폭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인적자원 육성, 연구 환경 인프라를 정비하여 실행해 나가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미래 과학기술 산업에 집중하고 국가 미래전략 프로젝트에 참여해 한국만의 과학·산업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경제안보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이다.   경제 협력과 국가 안보의 밀접한 관련성은 대만해협과 관련한 발표 내용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만해협이 중국의 통제 아래 들어가면 남중국해 전체가 중국의 바다가 된다. 그쪽으로 통하던 배들은 모두 남쪽으로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는 2배, 운임은 4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안보가 위협을 받으면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대만 문제가 왜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수십 년간 기업을 경영해 온 개인적 경험을 비추어 볼 때, 복잡하고 다양한 통상 환경 안에서 국가 간, 기업 간의 원만한 경제 협력의 기초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도레이그룹의 성장 과정이다. 일본 도레이는 1963년에 한국에 투자한 이후 60년간 철수한 적이 없다. 한국도레이그룹은 임직원 5500여 명, 매출 3조5000억원 수준이다. 주력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99년 설립 당시 폴리에스터 필름과 섬유의 적자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24년간 도레이의 지원과 한국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탄소섬유, 고분자 신소재 PPS, 수처리 필터, 아라미드 등 첨단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한국 임직원과 일본 도레이 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니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그 덕분에 일본 도레이의 첨단 기초기술과 한국 도레이의 응용기술이 상승효과를 내고, 한국 글로벌 기업들에게 첨단 소재를 공급할 수 있었다.   국가의 품격은 경제뿐 아니라 역사·문화 등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해외에 나가면 늘 그 나라의 문화재를 찾아보는데, 모두 선조들이 남겨 준 찬란한 문화유산들이 많았다. 한국도 100년, 200년 뒤의 후대를 위한 유산을 10년마다 하나씩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파리 에펠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뉴욕 자유의 여신상 같은 랜드마크를 서울의 한강과 조화롭게 만들어 놓으면, 문화와 산업 발전이 함께 어울리는 세계적 문화도시로 바뀌어 가지 않을까?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2024.01.15 00:26

  • [리셋 코리아] 첨단 소부장 생산의 허브 국가 만들어야

    [리셋 코리아] 첨단 소부장 생산의 허브 국가 만들어야

    박태호 광장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최근 주목해야 할 세계 통상 환경 변화의 하나는 국내 생산이 해외 투자나 국제 무역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의 확산이다.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와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국내 일자리를 뺏고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효율성에 바탕을 둔 경제 이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런데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을 통해 특정 산업을 지원하고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을 유치해 국내 생산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내 생산을 중시하는 정책의 세계적인 확산은 수출 주도로 경제성장을 이루어온 우리나라에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나아가 미국 등 선진국들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우리 경제에 불리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 투자로 인해 우리 수출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 국내 생산 중시 정책 세계적 확산 기업 해외 투자와 수출 연계 중요 미래기술 지속 발굴할 수 있어야 」    지원하되 간섭 않아야 K과학기술 나온다. [일러스트=김지윤] 이러한 세계 통상 환경 변화와 우리나라의 여건을 슬기롭게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작아 앞으로도 수출과 해외 투자를 지속해야 경제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우리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 우리 기업들은 여러 건의 해외 투자를 성사시킨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새로운 통상전략의 핵심은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와 우리 수출을 연계시키는 것이다. 즉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 분야의 고부가가치 소재, 부품, 장비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수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고 동시에 우리 주요 수출 품목의 구성을 첨단기술 분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첨단 ‘소부장’ 생산과 수출에 특화해 나아간다면 세계 유수 기업들에도 이러한 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허브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우리나라가 첨단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을 주도해 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첨단기술을 지속해서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뿐 아니라 EU,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의 유수한 기업들을 국내에 유치해 R&D센터를 설립하고 우리 기업과의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최근 세계적인 최첨단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삼성과 합작으로 한국에 ‘차세대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그 좋은 예다. 이렇듯 우리나라가 앞으로 ‘미래첨단기술 R&D의 핵심 기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통상전략의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우리 중소기업의 국제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최근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줄고 있어 많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 국가나 인도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근본적으로 이들 지역이 중국보다 훨씬 저렴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고 기업 환경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중소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진출해 생산 및 조립 기지를 구축하고 기존에 중국이 생산하던 다양한 상품들을 제조해 세계 시장으로 수출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공산품 생산과 수출을 통해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도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를 확대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통상전략으로 세계 통상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한 단계 더 성숙한 선진국으로 발전시켜야 나가야 한다. 최근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유수한 외국 기업 유치, 연구개발 지원, 고급 기술 인력 양성, 중소기업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활용, 안정적 공급망 구축 등을 위한 정책과 과감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해 나가야 하겠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호 광장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2024.01.08 00:38

  • [리셋 코리아] 농산물 유통 혁신하는 온라인 도매시장

    [리셋 코리아] 농산물 유통 혁신하는 온라인 도매시장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동양에서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 서양에서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눈으로 보지 않고 물건을 거래하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가속화된 디지털 거래의 흐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2022년 210조원으로 2017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이미 186조원에 이르면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농·축·수산물 부문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2022년 9조5000억원으로 2017년 대비 5배까지 늘어났다. 먹거리도 보지 않고 구매하는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디지털 거래 흐름에 발맞추어 세계 최초의 ‘온라인 농산물 도매시장’이 우리나라에서 문을 열었다. 시공간 제약 없이 24시간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한 온라인 도매시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과제인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혁신’으로 중점 추진한 과제이기도 하다. 온라인도매시장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보다 넓은 선택지를, 유통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985년 가락시장 개장으로 시작된 국내 공영 도매시장은 어지럽던 농산물 도매 거래에 질서를 만들고, 기준가격을 통한 농산물 가격 안정을 꾀했다. 그리고 이제는 공영 도매시장의 역사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할 시점이다. 온라인과 농산물 도매 거래의 결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기존 오프라인 거래의 제약을 해소해줄 새로운 온라인 도매시장은 더는 유예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  「 세계 첫 온라인 도매시장 개장 유통단계 축소로 비용 절감 가능 농산물 유통에 디지털 혁신 기대 」  리셋코리아 새벽에 가락시장으로 몰려드는 운송 트럭들, 사람으로 북적대는 경매장은 완전히 새로운 공영 온라인 도매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에서는 상물일치형(商物一致形) 거래에 따라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산지-도매시장(경매장)-중도매인 점포-소비처 단계로 상품이 함께 움직이는 반면, 온라인 도매시장에서는 다양한 거래 주체 간 거래 발생 후 상품이 판매자에게서 구매자로 바로 전달되기 때문에 유통단계가 1~2단계로 축소된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2개월간 운영한 파일럿 사업에서 오프라인 도매 거래 대비 농가 수취 가격은 4.1% 상승했고, 출하·도매단계 비용은 7.4% 절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농가 소득을 늘리고 유통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 외에도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물류 효율화 및 푸드 마일리지 감소를 통한 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유통단계 축소가 가능해진 것은 거래 주체 간의 장벽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에서는 개설자의 허가를 받은 도매시장법인 혹은 공판장, 그리고 중도매인 간의 지정구역 내 거래만 가능했으나 온라인도매시장에서는 지역이나 시장 공간의 제한 없이 산지 출하조직, 유통업체, 식자재 업체, 가공업체 등 다양한 유통 주체가 직접 판·구매사로 참여하여 누구와도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다.   생산자는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출하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출하 선택권이 확대되며, 구매자는 전국의 상품을 플랫폼에서 비교·구매할 수 있어 합리적 가격으로 농산물을 조달할 기회가 커진다. 게다가 24시간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상품을 올리고 구입할 수 있으니, 시간·공간·주체 3가지 제약이 사라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시작이 곧 반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이 반을 나아간 만큼, 나머지 절반은 업계의 관심과 참여로 채워나가야 한다. 정책적 지원을 위해 ‘농산물 온라인 도매 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도 현재 국회에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성장이 유통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혜택은 모두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시장 운영자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목표다. 앞으로 온라인 농산물 도매시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전 세계 온라인 도매시장의 표본이 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2024.01.01 02:45

  • [리셋 코리아] 플랫폼 횡포 막되 혁신 생태계는 살려야

    [리셋 코리아] 플랫폼 횡포 막되 혁신 생태계는 살려야

    김준익 건국대 경영대 교수 오늘날 플랫폼 환경은 새로운 생태계 구축으로 혁신적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으나, 예상과는 달리 몇몇 대형 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독점적 구조는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을 저해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자본과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억제하고 신생 기업 및 소규모 기업의 진입과 성장을 방해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점점 두드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  「 공정위의 ‘공룡 플랫폼’ 규제 독과점 따른 반칙 시정 기대   혁신 환경 조성에 초점 맞춰야 」    김지윤 기자 독과점은 플랫폼의 기본 원칙인 상생을 훼손한다. 신생 기업과 소규모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장에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독과점 환경에서는 이들의 혁신적 시도가 충분히 발휘될 여지가 적다. 이로 인해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성이 제한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시장과 산업의 동적인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 현재의 플랫폼 산업의 환경은 새로운 생태계 구축과 혁신을 가져오기보다는 몇몇 대형 기업의 독점으로 인해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과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우리 사회와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이 혁신 생태계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다. 우리의 일상도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현재 일부 거대 기업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이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되고 있다. 소수의 거대 기업이 산업을 지배하는 상황은 신기술의 도입과 시장 다양성의 확장을 어렵게 만들며, 이는 결국 시장 전반의 혁신성 감소로 이어진다. 이 문제는 깊이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 추진은 매우 중요한 조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법안의 핵심은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당국의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매출액과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별로 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고, 자사 우대 및 멀티호밍(이용자가 플랫폼을 바꾸거나 동시에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 제한 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 등이 법안에 담길 예정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며 혁신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시장에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배력 제한’과 ‘성장 저해’는 동의어가 아니다. 오히려 반칙적 행위를 배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다양한 기업들이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성장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로써 시장의 다양성이 증진되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플랫폼 산업에 대한 규제엔 매우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플랫폼을 연구하는 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규제는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달리 자국 내 강력한 플랫폼 산업을 보유한 한국의 경우, 고강도의 사전 규제가 도입되면 국내 플랫폼 산업의 혁신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 올해 미국에서도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들이 대거 폐기되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플랫폼 독점 종식법’,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등의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미국 정치권이 자국 내 소비자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력 있는 토종 플랫폼을 보유한 한국에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의 횡포와 같이 혁신을 저해하는 행위는 분명히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규제가 플랫폼 기업 전체와 산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규제는 시장에서의 불공정한 경쟁을 방지하고 건강한 혁신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준익 건국대 경영대 교수 

    2023.12.25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