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데카컵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하는 국제 축구 대회. Merdeka는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어로 "독립적인" 또는 "자유로운", freedom을 의미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마하르디카(maharddhika)로 "부자, 번영, 강력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말레이 군도에서 이 용어는 해방된 노예라는 뜻으로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기념하는 축구 대회이다.

말레이시아의 독립 이듬해인 1957년에 개최하기 시작해 동남아 및 동아시아권 참가 대회로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대회[1]이다. 한국에선 킹스컵, 코리아컵 국제축구대회과 더불어 1970년대 아시아 3대 대회[2]라고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곤 했다.

킹스컵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주로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참가하던 대회였지만 1960년부터 한국 및 일본이 참가하면서 아시아 대회에서 한때 가장 인지도가 높은 대회인 적도 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데 한국은 지금까지 단독 우승 7회와 공동 우승 4회까지 합쳐 모두 11번 우승을 기록하여, 개최국 말레이시아가 거둔 11번 우승과 더불어 최다 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1987년 한국 국대팀이 마지막으로 참가하여 체코슬로바키아 올림픽팀에게 2:3으로 패해 준우승한 게 마지막 국대팀 참가 대회이며 1993년 올림픽팀(현재 23세 이하 대표팀)이 참가하여 말레이시아에게 져서 준우승한 뒤로 한국팀은 참가하고 있지 않다.

1988년까지 32대회까지 매년 열었으나 1989~90, 1992, 1994, 1996~1999 대회가 열지 않았고 2000년대 와서도 2002~2005, 2009~2012 대회를 열지 않았다. 그나마도 2001년 대회에서 우즈베키스탄, 바레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말레이시아가 참가한 뒤로(우승은 우즈베키스탄) 이 대회 참가하는 나라들도 동남아시아 아니면 그야말로 축구 약체국이 참가하는 별 볼 일 없는 대회가 되어버렸다.

2007년 대회에선 아프리카 레소토, 2008년 대회에선 네팔, 시에라리온, 아프가니스탄, 모잠비크, 방글라데시 같은 세계에서 약체들과 동남아 나라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되었고 나머지 대회는 죄다 동남아 나라들만 참가하고 있다.

2013년 대회에선 한국인 박성화 감독이 지휘하는 미얀마 23살 이하 대표팀이 참가하여 준우승했다. 우승은 말레이시아 23세 이하 대표팀으로 미얀마를 2-0으로 제치고 우승. 그밖에 태국과 싱가포르 23살 이하 대표팀이 참가했다. 즉 동남아 지역 친선 대회.. 아니 23세 이하 대회가 되는 듯 하더니만 2014년부터 대회가 계속 열리지 않아서 이 대회도 사라지는 국제대회가 될 거 같다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다가 2023년 10월에 10년 만에 대회를 재개했다. 개최국 말레이시아, 인도와 레바논, 팔레스타인, 타지키스탄이 참가를 확정했다. 그러나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이 기권하면서 3개국이 토너먼트로 우승국을 가려야 했다. 1경기에선 말레이시아가 인도를 4:2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였다. 결승전에선 개최국 말레이시아와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한 타지키스탄이 맞붙어서 타지키스탄이 2:0로 말레이시아를 완파하고 2023년 메르데카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회 대회가 열리고 결승이 줄곧 열리던 메르데카 스타디움[3]도 90년대 들어서 낡은 경기장이 되었고 90년대 중순에 한 현지 기업에게 팔려 헐려질 뻔했다. 그 업체는 경기장을 다 헐어버리고 사무 기능이 포함된 복합 위락 시설을 새롭게 세울려고 모든 준비를 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90년대 후반 아시아 경제 위기로 재정 위기에 봉착한 개발 기업은 일손을 놓았고 말레이시아 정부에 의해 2003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2007년 본 경기장은 독립 50주년을 맞아 다시금 큰 조명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방치됐던 낙후 시설을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는데 신축에 가까운 보수였으며 처음 완공 당시의 모습과 규모로 되돌리는 복원이었다. 볼품없는 2층 스탠드는 모두 자취를 감췄고 낡은 좌석도 모조리 치워졌다. 당시 여길 가 본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과거 현역 시절 여기서 경기하던 추억을 되새기며 이렇게 낡고 볼품없어지다니 아쉬워했다. 그렇게 재보수하면서 경기장은 이제 헐릴 일 없이 유지되고 있긴 하지만 2010년대 와서 가본 이들에 의하면 여전히 낡고 볼품없어진 건 그대로인 듯하다. 2016년 경기장을 바깥에서 본 블로거

그만큼 한국에겐 추억의 대회로 기억되는 대회. 1970년대 이 대회 우승이라도 하면 아시아 3대 대회를 제패한 대한의 건아들을 위해 서울시에서 카 퍼레이드를 열어 주며 지금으로 보면 무슨 월드컵 우승 분위기쯤으로 들썩였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화라고 할 수 있겠다.

1970년대 이 대회 우승한 한국선수들을 맞이하는 당시 사진을 봐도 정말이지 지금 월드컵 우승 분위기 수준이다. 1970년 대회 우승 당시 대한뉴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