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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16. 화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

 

 

 

 

 

기나긴 인류의 과거 역사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이 새로운 용어가 우리 사회에 쓰이기 시작한지도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간다.

 

 

 

 

 

이 단어를 최초로 만든 사람은 최근 출마 선언을 하고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를 불러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안철수 후보가 언급을 하는 바람에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작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 1948-)이다. 깁슨은 SF 계에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미국계 캐나다인으로, 그의 작품세계는 “사이버 펑크”라는 장르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 세계에서 깁슨은 “느와르 프로펫”, 즉 검은 예언자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다.

 

 

 

 

 

 

 

(깁슨의 작품으로는 데뷔작 뉴로맨서(1984) 이외에도 카운트 제로(1986),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1988), 단편집 크롬 태우기(1986) 등이 있다. 매트릭스로 유명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한 “코드명 J” 라는 영화의 원작도 그의 저서인 단편 “메모리 배달부, 조니” 라는 작품이었다.)

 

 

 

 

 

그런 깁슨이 자신의 데뷔작 뉴로맨서(1984)에서 최초로 사이버 스페이스라 이름붙인 세계를 상상해 내고 언급하게 된 배경은 바로, 아주 초창기에 유행했던 아이들을 위한 전자오락기를 지켜보면서였다고 한다.

 

 

 

 

 

조잡한 디자인의 화면 속에서 원색의 빛을 발하는 문양들을 지켜보며 더 이상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며, 화면 속의 원시적인 컴퓨터들의 회로와 이들의 신경회로가 하나의 회로를 구성하고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상상을 떠올린 깁슨이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뉴로맨서라는 데뷔작이다.

 

 

 

 

 

전자기기나 컴퓨터 기술에 문외한이었던 깁슨이 그 광경을 보면서 가상의 공간을 상상해내고, 인간들이 머리에 칩을 꽂고 컴퓨터 속에 3차원으로 묘사되어 있는 공간에 들어가 활약을 하는 내용의 상상을 하게 되고, 그 상상을 책으로 옮겨 쓰게 된 것은 결코 일어나기 힘든 일이거나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이후로 실제로 그런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공간 내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단지 깁슨은 그것은 누구보다도 빨리 느끼고 명명을 했을 뿐이다. 그것도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말이다. 그래서 더욱 더 깁슨이 하고, 안철수 후보가 인용한 이 구절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아직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The future is here. It's just not widely distributed yet)“

 

 

 

 

 

(수많은 평론가들에 의해 인용되었던 이 말의 원문은 그의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많은 팬들이 이 말의 출처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모 방송의 대담에서 그가 했던 이야기라고 확인되었다고 한다. )

 

 

 

 

 

그렇다면 과연 어떤 미래가 와 있는 것일까?

 

 

 

 

 

사이버 스페이스는 과연 인류의 미래가 담긴 바람직한 신세계인 것인가? 아니면 그 공간은 이미 자본의 힘과 파시즘이 넘치고 있는 디스토피아의 공간인가?

 

 

 

 

 

최소한 우리 사회에서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딴지일보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비관적이다.

 

 

 

 

 

적지 않은 돈을, 피같은 돈을 뜯길 판이거든. 시바.

 

 

 

 

 


 

 

 

 

 

딴지일보는 지난 총선기간 동안 선관위에서 받은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두운 지하 사무실의 한쪽 구석에서 음험한 표정으로 앉아서 딴지일보를 지키고 있는 너불 편짱만이 그 깊은 뜻을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그마저도 확실하지는 않다.

 

 

 

 

 

하여간, 선거기간 중에 게시판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모두 실명 인증을 거치도록 하라는 선관위의 삼엄한 명령을 어긴 죄로, 무려 900만원이라는 가혹한 벌금을 맞아 버린 것이다. 도대체 900만원이면 얼마인가. 짜장면을 먹어도 무려 2,250그릇이다. 싸구려 짜파구리 같은 것이 아닌 죽돌 기자가 그리도 먹고 싶어 하면서도 돈이 없어 못 먹는, 중국집에서 파는 진짜배기 4천원짜리 짜장면이 그만큼이라는 얘기다. 하루에 한 그릇씩 먹으면 6년이 넘게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선관위는 그렇게 피 같은 거액을 내놓으라고 딴지일보를 압박하는 중이란 말이다. 연체로 인한 가중금 50만원까지 더해서 950만원을..

 

 

 

 

 

도대체 근거가 뭘까?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상의 본인 확인제”에 의해서 라고 한다.

 

 

 

 

 

어? 그거 얼마 전에 위헌판결 받아서 없어진 거 아닌가? 그걸로 왜 아직도 처벌을 받아? 이렇게 생각하시는 독자 분들이 있다면 시사상식에 능통하신 것으로 판단되니 스스로 거울 보며 자축하셔도 된다. 돈 있으시면 빵도 한 개 사 드셔도 된다.

 

 

 

 

 

맞다. 인터넷상의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위헌 판결을 받아서 사라져버린 법조항이 되겠다. 문제는 그게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상에 있는 조항이었다는 것.

 

 

 

 

 

헷갈린다고? 다시 정리해 보자. 아예 첨부터 뽕빨을 내도록 정리해 보자.

 

 

 

 

 

 

 

 

 

 

참여정부가 들어선 직후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진대제는 인터넷 실명제를 하겠다고 선포를 한다. 이 때가 2003년. 인터넷 실명제라는 것은 아무나 본인 확인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쓰던 인터넷, 심지어 로긴하는 절차도 없이 댓글을 마구 쓰던 인터넷 공간에서 지나친 악플로 인한 피해가 너무 많이 발생하므로 인터넷에 글을 쓰려면 먼저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실명인증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일단 말은 그럴싸 하지만 이 제도는 애초부터 수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던 제도였다는 것이다. 간단히만 정리해 보더라도, 서너가지 이유는 금방 나온다.

 

 

 

 

 

첫째, 이 제도는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솔직히 털어 놓기만 해도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우리 현실에, 본인의 실명을 걸고 인터넷상에 글을 쓰라니, 어떤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글을 쓰지 말라는 소리가 될 수도 있는 거다.

 

 

 

 

 

둘째, 이 제도는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고 주민등록번호의 오용을 부를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형 사이트들이 회원가입, 인터넷 실명인증 등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버리는 바람에, 악의적인 해커들의 공격 목표가 되기도 한다. 옥션도 털렸고, KT, SKT 등의 통신사들도 마구 털렸다. 그중 으뜸은 네이트-싸이월드가 해킹 당함으로써 3천만명 분이 넘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건도 발생하고 만다. 이 모든 것이 실명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하기에는 좀 약하겠지만, 수집된 주민등록번호를 오용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셋째, 무엇보다도, 지금의 실명인증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아예 살벌하게 지문인식을 하거나 홍채인식을 한다면 모르겠다. 아니 로긴할 때 마다 유전자 인식을 하도록 하면 확실하게 본인 확인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껏해야 주민번호 확인하는 것으로는 이게 과연 그 주민번호의 주인이 로긴한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하겠는가? 고의적으로 법을 어기려고 맘먹은 사람이 자신의 주민번호로 실명인증을 하고 로긴 할 것을 기대한단 말인가? 결국 실명인증제도가 없을 때 하던 로그파일 확인하고 CCTV 확인하고 다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쓸데없는 제도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 밖에도 많은 문제점들이 아주 쉽게 예견되었고, 수많은 개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이 제도의 도입을 결사적으로 반대해서 진대제 장관의 의도는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여론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기억들 하시는가? 인터넷 개똥녀 사건. 또 기억하시는가? 고 최진실씨 자살사건.

 

 

 

 

 

이런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인터넷상에서 터져 나오면서 인터넷 공간은 조중동 같은 기존의 언론들에 의해 무슨 깡패 같은 악플러들이 몰려다니면서 다구리 치는게 일상화된 살벌한 공간인 것처럼 묘사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철회되었던 인터넷 상의 제한적 본인 확인제, 즉 인터넷 실명제는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하에 입법되기 시작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정보통신망법 상의 인터넷 제한적 본인확인제”와 “공직선거법상의 본인 확인제”가 되는 것이다.

 

 

 

 

 

전자의 것은 방통위에서 방문자 규모 등으로 선정하여 지정한 대형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가입자들에게 본인 실명인증을 받도록 강제하는 조항이며, 후자는 선거운동기간에 국한되어 선관위의 지정에 따라 댓글 등을 쓸 때 실명인증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서 인터넷 실명제는 시행되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부작용들이 드러나게된다. 특히나 외국 사이트들과의 문제에서 일관성을 상실하고 헤매기 시작하게 되는데, 기억들 하실 것이다. 구글 유튜브가 실명제 적용을 거부하고 한국 국적하에서는 댓글 기능을 막아 버린 것. 그런데 웃긴 것은 내가 선택해서 내 국적을 다른 나라로 바꿔 버리면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댓글을 달 수 있었고, 한층 더 웃긴 것은 그 와중에 청와대가 유튜브에 홍보 동영상을 올렸다는 것. 도대체 청와대는 국적을 어디로 설정하고 그 동영상을 업로드 했을까?

 

 

 

 

 

거기다가 SNS 서비스가 널리 퍼지면서 이젠 사이트들이 댓글 기능을 트위터 등과 연동하기 시작했고, 자체적으로 실명인증 없이도 트위터 인증으로 댓글을 쓸 수 있게 되자, 인터넷 실명제는 완전히 유명무실해져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진보네트워크와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위헌 심판을 청구한 결과, 이 법안은 위헌판결을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앞의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관련된 조항 말이다.

 

 

 

 

 

위헌판결이 나자, 선관위에서는 헌재의 뜻을 존중한다며, 공직선거법도 조속히 개정하여 후자의 것, 선거법상 실명제도 폐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뜻만 밝히고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다.

 

 

 

 

 

딴지일보는 그것을 어긴 것이고, 그로 인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그것에 항거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인 것이다. 아직 끝이 안 난거다.

 

 

 

 

 


 

 

 

 

 

그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의 진선미 의원이 이 문제와 관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전후 사정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바로 출동했다. 참고로 진선미 의원은 나는 꼼수다 관련해서 김어준 총수의 변호사 역할을 해주기도 했었다.

 

 

 

 

 

인터뷰는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진선미 의원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이하 진선미의원 : 진, 물뚝심송 : 물 로 표기한다.)

 

 

 

 

 

물: 오늘은 인터넷실명제가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그 취지에 선관위가 동의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신 진선미 의원을 만나 뵙고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진: 네. 반갑습니다.

 

 

 

 

 

물: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바쁘신데 시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 뭐 원래 팬이었기 때문에. 딴지일보. (웃음)

 

 

 

 

 

호의적으로 받아 주신다. 물론 꼭 호의적으로 받아주셨기 때문은 아니고, 기본적인 절차상 진선미 의원 본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 봤다. 항상 하는 호구조사, 처음부터 밝게 웃으면서 시작한 인터뷰라 그런지 끝날 때까지 밝고 즐거운 분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물: 인터넷 실명제로 들어가기 전에 진선미 의원님 본인에 대해서 딴지일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조사해보니 순창분이시더라고요.

 

 

 

 

 

진: 네.

 

 

 

 

 

물: 계속 순창에서만 사신 건가요? 학창시절 내내?

 

 

 

 

 

진: 음, 그렇죠. 태어나서, 태어난 집에서 여고까지 순창에서. 순창 읍내여고 졸업했어요. 폐교된.

 

 

 

 

 

물: 그랬습니까?

 

 

 

 

 

진: 네. 폐교돼서 졸지에. 저희가 순창여고가 있고 순창고등학교가 있고, 순창농업고등학교가 있었어요. 농고는 굉장히 역사가 있었고요. 김용택 시인도 계시고. 그런데 저희가 학생이 줄어드니까 여고가 폐교가 되면서 농고가 제일고등학교, 종합고등학교로 바뀌었더라고요. 졸지에 이학영 의원님과 제가 동문이 됐어요.

 

 

 

 

 

물: 학교가 합쳐져가지고요?

 

 

 

 

 

진: 네. 그래서 제일고등학교가 굉장히 명문처럼,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축하잔치도 해주시고 그랬답니다.

 

 

 

 

 

물: 재미있는 역사가 있네요.

 

 

 

 

 

이상한 과정을 거친 인연이지만, 군포 지역구의 이학영 의원과 동문이 된 사연이다.

 

 

 

 

 

진: 네. (웃음)

 

 

 

 

 

물: 어린 시절은 어떻게보내셨나요? 평온한 시골 학생으로 자란 건가요?

 

 

 

 

 

진: 음. 그렇죠. 제가 오빠만 네 명 있는 막내딸이거든요. 아버지가 홀홀단신 월남해서 지금으로 말해면 정훈장교 같은 역할로 거기 정착을 했다가, 담양여자인 우리 엄마를 만나서 사신 거예요. 막내딸이니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좀 힘든 부분은 있었지만, 되게 소박하게 범순이, 범생이처럼 살았어요.

 

 

 

 

 

물: 그러다가 성균관대 법대에 진학하셨고?

 

 

 

 

 

진: 네.

 

 

 

 

 

물: 몇학번이세요?

 

 

 

 

 

진: 84학번입니다.

 

 

 

 

 

물: 제가 찾아본 바로는 67년생이시던데 학교를 좀 일찍 들어가셨나봐요?

 

 

 

 

 

진: 여섯살에 들어갔어요. (웃음) 원래는 네 살에 학교를 갔다는. 막내오빠 따라서.

 

 

 

 

 

물: 어려서 굉장히 성장이 빠르셨나 보네요.

 

 

 

 

 

진: 아니 그게 아니고 시골은... 제가 오빠들이 네 명인데 막내오빠랑 친했어요. 막내오빠가 저보다 세 살 위인데, 떼를 쓴 거죠. 갑자기 잘 놀아주던 오빠가 어딜 가니까. 그때 손잡고 학교 다니다가 다섯 살에 유치원 일 년 갔다가. (웃음)

 

 

 

 

 

물: 그 시절에 시골에선 그런 일이 있었죠.

 

 

 

 

 

진: 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웃음)

 

 

 

 

 

물: 네. 알겠습니다. 그러다가 사법고시 공부하시고 바로 변호사로 가신 건가요?

 

 

 

 

 

진: 네.

 

 

 

 

 

물: 도중에 다른 일은 안 하시고?

 

 

 

 

 

진: 제가 열여덟 살에 대학을 간 거잖아요. 정말 고등학교 학교만 다니다가 대학을 서울로 가서 연애를 시작해가지고. (웃음)

 

 

 

 

 

물: 서울 가자마자? 대학을 가신 이유가 그거였나요?

 

 

 

 

 

물론 대학을 가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자유롭게 연애하기 위해서.. 라고 말해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직 정치인의 입에서 직접 들으니 새롭기는 하다.

 

 

 

 

 

 

 

 

 

 

진: 아니, 학교 다닐 때는 우리는 통금시간도 있었어요. 여덟 시면 제 친구 아빠가 자전거 타고 읍내를 돌면서, 걸리면 혼내고 이러는 분위기여서, 남학생들하고 미팅도 한 번 안 하고 도도하게 살다가 대학 들어가자 마자... (웃음)

 

 

 

 

 

물: 드디어 자유로와져서.

 

 

 

 

 

진: (웃음) 네. 연애하다가 시험이 좀 늦게 됐거든요.

 

 

 

 

 

물: 졸업한 다음에 고시를 하신 건가요?

 

 

 

 

 

진: 그렇죠. 한참 됐죠. 십 년.

 

 

 

 

 

물: 아. 오래 하셨네요.

 

 

 

 

 

진: 96년에 시험이 됐으니까요. 꽤 오래 한 거죠.

 

 

 

 

 

고시패스는 상당히 늦었다. 놀았다는 말이 진짜인가 보다. 학창시절을 자유롭게 보내는 것은 그 이후의 인생에 꽤 중요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비장한 학창생활을 보낸 사람은 비장하게 정치를 하고, 발랄한 학창생활을 보낸 사람은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정치를 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래서 그런지 진선미 의원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매우 자유롭고 가벼운 분위기였다. 결코 나쁘지 않다. 비장해 봤자,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자리잡고 눌러 앉아 있는 것 보다는 다가올 세대를 위해서라도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 확산되길 바라고 있기도 하다. 권위주의 따위 개나 주라지.

 

 

 

 

 

물: 오래 하셨네요. 그 다음에 변호사 활동하실 때 눈에 띈 게, 전에 서울시장 후보 하신 강금실 전 장관, 그분하고 호주제 폐지 활동을 하셨다고 나오거든요.

 

 

 

 

 

진: 네.

 

 

 

 

 

물: 그때는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신 겁니까?

 

 

 

 

 

진: 음... 제가 시험을 너무 늦게 통과하는 바람에 되게 억울하더라고요. 이십대를 거의 시험준비, 물론 연애를 진하게 했지만 (웃음) 십년동안 준비해서 자격을 땄는데.

 

 

 

 

 

물: 별로 억울한 일은 아니실 것 같은데요. (웃음)

 

 

 

 

 

진: (웃음) 저로서는 약간 억울한 느낌. 그래서 뭘 하면서 살면 좋을까 하다가 연수원 시절에 혼자서 생각하기를 조금 다른 생각들을 하는 변호사를 찾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저는 검사도 안 맞고 판사도 안 맞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 과정에서 제가 책을 한 권 읽게 됐는데, 그게 맨날 하는 얘긴데요,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보다가 너무 좋고 감동적이라서 보다가 앞을 봤는데, 그걸 변호사님 편역을 하신 거예요. 와, 신기하다.

 

 

 

 

 

물: 현직 변호사가요?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가 있지? 하는 느낌이셨을 듯.

 

 

 

 

 

진: 네. 막 연수원에 들어가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사진이 너무 무섭게 생긴 거예요.

 

 

 

 

 

물: 누구셨죠?

 

 

 

 

 

진: 그분이 바로 이석태 변호사님. 근데 그 사진이 너무 옛날 거라서 너무 무섭게 생긴 거예요. 그래가지고 만나보러 가기 좀 그랬는데, 다른 분의 소개로 점심을 먹게 된 거죠. 그게 덕수라는 곳에 처음 가게 된 거예요.

 

 

 

 

 

 

 

<이석태 변호사의 옛날사진>

 

 

 

 

 

물: 법무법인 덕수.

 

 

 

 

 

진: 네. 그 전까지는 제가 운동권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 그쪽은 전혀 관계없으셨어요?

 

 

 

 

 

진: 네. 관계없이 살다가. 환경에 대한 관심만 좀 있었고. 생태. 그래서 이석태 변호사님이 점심을 사주신대서 갔는데, 여러 변호사들이 나와 있었던 거죠. 알고 보니 변호사 계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법인이고.

 

 

 

 

 

물: 덕수 자체가 굉장히 크죠.

 

 

 

 

 

진: 네. 그리고 존경할만한 분이 굉장히 많은 곳이더라고요. 그 인연으로 덕수에서 제안이 와서. 저를 잘못 본 거죠. (웃음) 유일하게 28기 졸업할 때 저를 뽑아간 거죠. 거기로. 그래서 변호사 초임을 거기 덕수에서 시작하게 됐고요. 그때 이석태 변호사님이 동성동본 문제 하셨잖아요.

 

 

 

 

 

물: 그랬었죠.

 

 

 

 

 

진: 그러면서 이제는 조금 더 법률적으로 호주제에 관해서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시면서 몇 사람을 뽑아서 연구모임을 만드신 거죠. 저는 딱 들어가자마자 거기서 몇 개월 만에 연구 모임이 시작되고 2000년에는 소송을 제기하고.

 

 

 

 

 

 

 

 

 

 

이렇게 변호사 생활의 처음을 기이한 인연으로 대형 법무법인에서 시작하게 되었고, 또 시작하자마자 호주제 폐지 관련된 연구를 시작해서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참여하는 등, 일반 소송을 다루는 것 보다는 사회 제도를 바꾸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물: 정식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데 참여하신 거죠?

 

 

 

 

 

진: 네. 초임부터 한 거죠. 그때 2005년도에 위헌판결 받고. 그러면서 여성단체연합이라는 곳에서 디딤돌상이라는 걸 줘요. 해마다. 그런데 상패를 딱 한개만 주더라고요.

 

 

 

 

 

물: 한 팀이 했는데.

 

 

 

 

 

진: 네. 여덟 명이나 이름을 새겨놓고. 그래서 전화했더니 돈이 없대요.

 

 

 

 

 

물: 상패 제작비가?

 

 

 

 

 

진: 네. 만들 거면 소개는 해주겠다. 만든 데를. 그래서 정말 우리가요 돈을 모아서 만들었어요.

 

 

 

 

 

물: 너무 자랑스러웠군요?

 

 

 

 

 

진: 네. 진짜 상 받으면서 그렇게 자랑스러웠던 거는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 하나씩 짝퉁으로. (웃음)

 

 

 

 

 

물: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네요.

 

 

 

 

 

진: 그렇지만 십 년만에. 99년에 시작해서 2005년에 (위헌) 판결받고 호적제가 바뀌어서 신분등록부가 완전히 도입되는 때가 2008년도거든요.

 

 

 

 

 

물: 십 년 걸린 거죠.

 

 

 

 

 

진: 네. 십 년.

 

 

 

 

 

물: 자랑스러울만 하겠습니다.

 

 

 

 

 

진: 그렇습니다. (웃음) 그래서 여기 와 있는 것이기도 하고.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물론 고시패스하고 변호사 하고 하는 것 자체가 어떤 관점에서는 이미 성공한 축에 들어가는 환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호사 역시 직업이다. 어떤 직업을 처음 갖게 되면서, 바로 커다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고, 그 프로젝트를 십년에 걸쳐 매달리면서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경험, 이런 경험은 사람을 완전히 바꿔 놓게 되는 것 같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긍정적인 마인드, 밝고 자유로운 느낌, 이런 덕목들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정치인”을 하기에 충분할까? 정치는 좀더 폭넓은 경험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진선미 의원에게서 부족한 점은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력, 그들의 아름답지 못한 인생을 자기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어두운 경험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었다. 너무 밝게만 살아온 사람들은 힘든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진선미 의원은 성소수자나 철거민 등 이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소외받은 계층을 위한 활동도 꽤 많이 하고 있다.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물: 그때 인연이 되어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시작을 하시게 된 건가요?

 

 

 

 

 

진: 그거는 좀 다른 얘기죠. 어차피 제가 민변에 소속이 돼서 계속 활동을 했던 거고요. 호주제가 대표적이지만 중간에 다른 일들도 많이 했죠. 송두율 교수님 재판이라든가 또 최진실씨 사건.

 

 

 

 

 

물: 송두율 교수님 재판에도 관여를 하셨습니까?

 

 

 

 

 

진: 제가요... 좀 드문드문 보신 거 아니에요? (웃음)

 

 

 

 

 

물: 아니, 제 관심사는 인터넷실명제여서. (웃음)

 

 

 

 

 

 

 

 

 

 

순간 속으로 움찔 했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나름 이거저거 자료를 한참씩 들춰보고 가기 마련인데, 변호사 진선미의 활동과 송두율 교수가 연결된다는 것은 정말로 몰랐었다. 물론 순간적으로 변명을 하긴 했으나, 마음 속으로 겁을 좀 집어 먹게 된다. 어떤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는 것, 그리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물론 이 인터뷰의 주제와는 관계가 없으니 더 이상 얘기할 거리는 아니고.

 

 

 

 

 

진: 그러셨구나. 제가 하리수씨 성명권 때도 제가 했고요, 알고 보면 여러 가지 사건을 했답니다.

 

 

 

 

 

물: 굉장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을 많이 하셨네요.

 

 

 

 

 

진: 이슈가 되는. 그 덕에 뭐, 여러 가지 조금 젊은 여자 변호사, 이런 걸로 해서 그런 사회적인 활동들의 변화가 계속 있었던 거죠. 자연스럽게.

 

 

 

 

 

물: 그렇게 사회적으로 활동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하신 건데요. 그때 결국은 내가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하는 생각을 하신 건가요?

 

 

 

 

 

진: 못했죠.

 

 

 

 

 

물: 그건 또 나중에 바뀌면서?

 

 

 

 

 

진: 네.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 마다 내가 인생에서... 어릴 때도 너 커서 뭐가 될래? 이러면 현모양처, 이랬다가 선생님, 이랬다가, 뭐 그런 식으로 굉장히 유치찬란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뭔가 계획되고 만들고 의지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법대는 왜 갔나? 이것도 생각해보면 장학금이... (웃음) 또 의외로 사회 과목을 잘 했다. 그리고 그렇게 삶에서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면 그때 사람이 있었어요.

 

 

 

 

 

물: 그러시군요.

 

 

 

 

 

중요한 고비마다 사람이 있었다, 라는 표현은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 오면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내부에서 답을 찾는다. 하지만 진선미 의원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서 답을 찾아온 것 같다. 그리고 행운이 도와줬는지, 그 사람들은 진선미라는 한 개인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 주게 된다. 그 결과 오늘날 정치인 진선미,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진: 학교 다닐 때는 아버지가 중3 때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전주로 못가고 그냥 순창에 남게 된 거거든요. 근데 그때 선생님, 너무나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고. 그리고 변호사 시작할 때 이석태 변호사님이란 분을 통해서 문이 열렸고. 그 과정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임태훈, 또 그 친구 때문에 동성애자 성소수자에 대한 눈을 뜨게 됐고. 그 인연으로 하리수씨가 찾아와서 성명권이라는 저작권에 대한 관심과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고요. 그러면서 또 태훈이가 병역거부를 한 거죠. 동성애자이면서 병역거부를 하게 되니까 그 병역거부 소송을 또...

 

 

 

 

 

물: 양심적 병역거부?

 

 

 

 

 

진: 네. 그 친구 양심적 병역거부 때문에 또 삼 년 거의 이렇게 하고.

 

 

 

 

 

물: 굉장히 행운이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고비고비 마다 좋은 경험을 하시고.

 

 

 

 

 

진: 네. 그래서 지금 보면 저는 항상 그런 얘기를 하는 거죠. 대가라는 것은 당장 눈에 띄지 않는 거다. 그것이 훨씬 더 큰 대가인 거죠. 제가 그때 수임료를 안 받고 돈을 한 푼 안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몇 백, 몇 천, 몇 만...

 

 

 

 

 

물: 비교 할 수 없는.

 

 

 

 

 

진: 네.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을 얻고, 엄청난 대가로 제 스스로가 성장할 기회를 얻고. 다른 분한테도 그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들을 위해서 내가 다양성을 수용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성소수자의 인권이라는 것도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거다. 내가 조금 더 커지고, 내가 누군가를 포용하고 내 안에 가진 나의 소수성. 나도 어느 면에서 굉장히 소수성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 것을 용납시킬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물: 약자를 돕는다는 것이 약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돕는 일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진: 그렇죠. 저를 보면.

 

 

 

 

 

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자를 돕는 일이 자신한테 피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그러니까 어려워하고.

 

 

 

 

 

진: 그러게요. 사실은 조금 그렇게 하면 비난도 받죠.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호주제 때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신기하게 그 경험이 결국 이 자리에 와 있게 하는 건데, 그때 2000년에는 심지어 그런 것까지 고민했어야 했거든요. 호주제 폐지라는 것이 많은 남성들에게 거부감을 주기 때문에, 모든 바깥에 토론하는 사람이나 발표할 때는 남자 분을 세워야 한다, 이런 고민까지 했어요. 그래서 이석태 변호사님이 밖에 나가서 조율하고. 그러면서 한 일이년이 지나고 나서야 제가 어쩔 수 없이 이석태 변호사님이 다른 데 가시는 바람에 못하게 되니까 서로 미루다가 연장자 순으로. (웃음)

 

 

 

 

 

물: 연장자 순으로 (웃음)

 

 

 

 

 

진: 만고의 진리,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연장자 순으로 제가 나서는 바람에 말입니다. 아휴.

 

 

 

 

 

물: 소수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인데, 극히 소수일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되죠. 이게 점점 커지면서 반 이상이 되기 시작하면서 옳은 소리가 되는 거고.

 

 

 

 

 

진: 그렇죠.

 

 

 

 

 

물: 그 과정을 참가하면서도 힘들었다. 겁도 나고 어려웠다는 이야기죠.

 

 

 

 

 

 

 

 

 

 

진: 네. 네. 고스란히. 저는 정말 감사한 경험이에요. 왜냐하면 많은 분들이 해방 때부터 45년을 하고 했어도 성공까지 못 본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초짜 변호사 시절에 그걸 시작해가지고 거의 십년 만에 결과까지 얻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된 거죠. 실패와 상처와 그렇지만 결국은.

 

 

 

 

 

물: 성공까지.

 

 

 

 

 

진: 성공까지. 그러면서 그 안에서 이게 이렇게 돼서 이런 문제가 생겼고, 이렇게 되니까 이렇게 풀리더라. 보게 된 거죠.

 

 

 

 

 

물: 사회적 설득의 경험이 생기신 거죠?

 

 

 

 

 

진: 네. 그런 거죠.

 

 

 

 

 

물: 보통 설득 많이 하다가 끝에 가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는데, 처음부터 성공을 하신 거군요. 굉장히 행복하시겠습니다. (웃음)

 

 

 

 

 

역시나 충분한 성공의 경험. 그 성공에 힘입어 자신의 관심사를 끊임없이 넓혀가는 과정을 말해주고 있다. 이건 좀 인생이 불공평한 것 아닌가 하는 심술이 들 정도로 순탄한 길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 밑에 여러 가지 고생과 좌절도 숨어 있었겠지만 말이다.

 

 

 

 

 

진: (웃음) 그 경험은... 저도 굉장히 오지랖이 넓었던 것 같아요. 나의 관심사 영역 자체도 맨 처음에는 환경문제에 되게 관심이 많아서 변호사 연수원 들어갔을 때부터 환경법학회 시작하고, 환경운동연합에 계속 관계돼서, 그러니까 부안 핵폐기장에 가서 주민투표도 같이 하고, 새만금도 했고.

 

 

 

 

 

물: 혹시 요즘에 생길락 말락 하는 녹색당 사람들하고는 관계를?

 

 

 

 

 

진: 친하죠. 그러니까 이번에 비례대표로 밀어 넣어 놓고 지들은 당을 어디 당 찍는지 아세요? 제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녹색당 찍거나 진보신당 찍거나 통진당 찍거나.

 

 

 

 

 

물: 나는 버려놓고.

 

 

 

 

 

진: 나를 버렸어요. (웃음) 언니는 잘 할 거 같아, 너는 되게 잘 할 거 같아, 이렇게 막 보내놓고. 비례대표는 당의 지지로 되는 거잖아요. 순번이 앞번이란 이유로. 하하하. 깔때기인가요?

 

 

 

 

 

물: 순번이 5번이셨는데. 거의 100% 되는 거니까 그 분들 심정도 이해가 되네요.

 

 

 

 

 

진: 그래도 좀 치사하죠. (웃음) 우리 동네는 진짜 그렇다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저를 비례대표로 들어가게 한 게 결국은 여성세력 진보세력 쪽인데, 들어올 때부터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너는 네 역할이 있어야 하고 네가 일 못하면 우리는 가열차게 비난할 거다. 얼마나 욕하는지 몰라요. 약간 억울한 것도 안 받아주고.

 

 

 

 

 

물: 그럴만 하죠. 사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과정 아니겠어요?

 

 

 

 

 

진: 그렇죠. 감사한 친구들이에요. 참. 웃음 고마운 친구들.

 

 

 

 

 

물: 술 한 잔 하시면 다른 얘기 하실 것 같은데요. (웃음) 감사와 고마움의 억양이 좀 달랐습니다.

 

 

 

 

 

진: 뭔가 다양한 표현들을 할 수 있는. (웃음)

 

 

 

 

 

환경운동을 함께 하던 동료들과 갈라져서 자신은 거대 야당의 당선이 확실시 되는 비례대표로 등원하게 되고, 동료들은 형태도 채 갖추어지지 못한 소수당에 잔류하게 된다. 정당 간 연대의 경험이 충분치 못하고 소수정당의 활동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것들도 참 복잡한 문제를 유발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자기와 친한 사람을 위한 투표를 해야 하는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맞춰 투표를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살짝 겹친다.

 

 

 

 

 

물: 지금은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 계시죠?

 

 

 

 

 

진: 네.

 

 

 

 

 

물: 거기 사정은 어떻습니까?

 

 

 

 

 

진: 아... 사정요?

 

 

 

 

 

물: 뭔가 잘 되고 있습니까?

 

 

 

 

 

진: 아시잖아요? 11연승했고.

 

 

 

 

 

물: 결선은 안 가겠죠?

 

 

 

 

 

진선미 의원은 문재인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인터뷰가 행해진 시점에서는 아직 문재인 후보의 당내 경선이 진행되고 있었다. 문후보가 결선투표 없이 민주통합당의 후보로 당선되기 전이었지만, 사실 뭐 당시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결선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기도 했다. 결국, 대화는 문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한 위에 진행되었다.

 

 

 

 

 

또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정치인을 만나 인터뷰 하면서 “인터넷 실명제”라는 조금은 동떨어진 인터뷰 주제만을 얘기하기에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들어, 문후보에 대한 얘기를 물어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훨씬 더 열성적으로 답변을 해 준다.

 

 

 

 

 

진: 안 가겠죠. 안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쨌든 최대한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면서 분석한 내용들을 보면 긍정적입니다.

 

 

 

 

 

물: 많이들 궁금해 하실 텐데 부담스러운 질문이 될 수도 있겠어요. 안철수가 단일화를 하게 될 텐데 시나리오 준비한 게 있으신지?

 

 

 

 

 

진: 왜 없겠어요?

 

 

 

 

 

물: 단일화가 치열한 경선을 겪은 경우에는 오히려 안 좋아 보이고, 멋진 타협이 의한 양보에 의한 단일화를 기대하는 분이 많이 계시거든요.

 

 

 

 

 

 

 

 

 

 

진: 네. 근데 저는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이렇게 힘들게 결심하게 된 계기도 대선정국에 대한 절박감,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이런 것 때문에 떠밀려 와 있는 건데, 그 시점에 용기를 내게 됐던 것도 저랑 같은 생각을 하고 제가 믿을만한 사람들이 많이 이쪽에 와서 합류했다는 것, 그래서 나에게 부족한 것을 연대를 통해서 뭔가를 보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문과 안을 지지하는 그 안에 다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 거잖아요. 성향이.

 

 

 

 

 

물: 그렇죠. 그래서 많이 겹치고.

 

 

 

 

 

진: 네. 많이 겹치고. 그래서 문 후보 스스로도, 저는 감사한 게,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변인으로 와 있지만,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기간에, 단 한 번도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감사하단 생각이 들어요.

 

 

 

 

 

물: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캠프에서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의견충돌이 벌어진다. 그것도 일반 참모도 아니고 대변인이라면, 자신이 해야 하는 말과 실제 상황과 다른 경우도 많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의 충돌이 없었다고 자랑을 하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진: 그러니까요. 적어도 정치를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지 않고, 그리고 그분의 품성이 우리가 덕장, 최고의 지도자는 덕장이라는 거 아니에요? 그런 덕스러움이 있고, 언행의 일치가 있고 이러니까, 참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에요.

 

 

 

 

 

물: 다행이네요.

 

 

 

 

 

진: 네.

 

 

 

 

 

물: 말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일반적인 분석에 의하면, 안철수 문재인 두 후보를 놓고 봤을 때, 안철수 지지자 중에는 안철수가 문재인에게 양보했을 때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을 사람들이 상당수 있고, 문재인 지지자 중에는 문재인 후보가 양보했을 때 거의 대부분이 안철수를 지지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양보를 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 저는 그런 얘기 실제로 많이 들었고요. 문제는 결국은 민주당에 대한 문제제기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는 거거든요.

 

 

 

 

 

질문의 숨겨진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지금 문제는 문재인이 아니라 민주당이거든.

 

 

 

 

 

물: 그렇죠.

 

 

 

 

 

진: 참으로 묘한 국면인데, 어떤 분은 당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인기가 떨어지고, 어떤 분은 당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인기가 올라가고, 그것이 당을 통해서, 정당정치란 것을 통해서, 뭔가 변화를 끌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제가 두 달 전에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우려했거든요. 저의 활동지역이 광주고 그러니까요, 친한 분들이 전화해가지고, 너 왜 이래? 대세는 다른 데 있어, 흐름은 다른 데야. (웃음) 이렇게 얘기하시고요. 저는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게 문 후보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문 후보가 이후에 단일화 후보가 돼서 정당이 변화할 수 있고 정당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그것이 정당이 없는 어느 후보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장점이 되는 거죠. 지금은 그 당이 지리멸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데, 그것이 문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조직이 되는 거죠. 제대로 된.

 

 

 

 

 

물: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네요.

 

 

 

 

 

진: 중요한 부분이죠. 그래서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더욱 결선투표로 6일을 손해보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물: 시간이 없다?

 

 

 

 

 

경선의 결과는 다행히 진선미 의원이 바라는 대로 되었다. 결선투표를 치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벌어들인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민주당에 대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쇄신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응답이 훨씬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아마도 이 문제는 마지막까지 문재인 진영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며, 문-안 간의 단일화 성사 여부도 이 문제에 달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진: 네. 시간이 없고, 정말 정당이 이렇게 갈 수 있다, 민주당에 대해서 실망한 부분들 많지만, 우리가 이렇게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나서겠습니다. 그것이 제대로 먹힌다고 하면, 그것은 장수가 몇 없는 장수와, 수천 수백만의 새롭게 무장된, 정말 훌륭한, 신선한.

 

 

 

 

 

물: 대부대를 지휘하는.

 

 

 

 

 

진: 대부대를 지휘하는 그런 지휘관으로 변모되는 거죠.

 

 

 

 

 

물: 시간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요?

 

 

 

 

 

진: 안 부족합니다. 제가 있잖습니까. (웃음)

 

 

 

 

 

 

 

 

 

 

사람을 약간 당황시키는 깔때기였다. 정치적 문법 보다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하자.

 

 

 

 

 

물: 알겠습니다. 굉장히 급박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네요. 팀 전체가 그럴 거 같아요.

 

 

 

 

 

진: 네.

 

 

 

 

 

물: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하고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얘기를 좀 해주시죠.

 

 

 

 

 

진: 제가 실명제 자체를 얘기하기에 앞서, 김기중 변호사님이 저를 끌어들인 분 아닙니까. 예전부터 인터넷의 문화나 표현의 자유나 이런 것들은 제가 살아온 삶의 근간인 거죠. 변호사로서 사회 역할을 하고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실천하고 구현하는 그런 것들이 있었으니까요.

 

 

 

 

 

이제 겨우 본론이다. 김기중 변호사라면, 한국정보법학회 회원, 인터넷주소위원회 위원, 한국콘텐츠산업협회 무선인터넷 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이 분야에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는 분이다.

 

 

 

 

 

물: 네.

 

 

 

 

 

진: 그래서 인터넷 실명확인제의 폐단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은 했던 거고.

 

 

 

 

 

물: 인식은 예전부터 하고 계셨던 거고?

 

 

 

 

 

진: 그렇죠.

 

 

 

 

 

물: 정확한 명칭으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고 되어있는데 그게 2007년도에 도입된 거죠?

 

 

 

 

 

진: 네.

 

 

 

 

 

물: 도입될 때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아니라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한 거란 말입니다. 당시에 도입하신 분들의 입법취지를 확인하신 게 있나요?

 

 

 

 

 

진: 그때는 그런 거 많이 있었죠. 2007년도에 있었는데, 익명의 댓글에 대한 명예훼손.

 

 

 

 

 

물: 그렇죠. 악플, 악플러에 대한.

 

 

 

 

 

진: 네. 악플에 대한. 그래서 최진실법이다 얘기도 할 정도로 그게 거론이 많이 됐던 거잖아요.

 

 

 

 

 

보다 정확하게 정리하자면, 인터넷 실명제 도입의 계기가 된 사건은 개똥녀 사건이었다고 보는게 시점 상 맞고, 고 최진실씨 사건은 인터넷 실명제의 확대 적용의 계기가 된다. 그 때 최진실법이라고 불리웠던 것은 인터넷 실명제 보다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도입과 더 관련이 깊다. 또 민법상에도 최진실 법이 있는데 친권 문제에 관련된 내용이라 여기에서 다루기는 부적절하다.

 

 

 

 

 

물: 네.

 

 

 

 

 

진: 그때만 해도 제가 칼럼도 쓰고 의견도 내고 하느라고 자료를 찾아보고 했던 거죠. 결국은 인터넷 내에서 악성 댓글로 인해서 사람들이 상처받고 이러는 부분, 명예훼손에 대해서 사실 상의 제약을 할 수 있고 조금 더 건전하게, 그 건전함이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건전함을 구축하는 게 목적이라고 많이 얘기하셨죠.

 

 

 

 

 

물: 그렇죠. 그때는 나름대로 사회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또 여론조사를 보니까 제한을 해야 한다고 찬성이 많이 나왔더라고요.

 

 

 

 

 

진: 네네.

 

 

 

 

 

물: 사실은 경험해본 결과로는 그게 거의 실효성이 없었더라. 좋아지지 않았다고 얘기가 흘러가고 있는 건데.

 

 

 

 

 

진: 네.

 

 

 

 

 

물: 지금 당장 논의가 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도 인터넷 실명제가 포함이 된단 말이죠?

 

 

 

 

 

진: 네.

 

 

 

 

 

물: 그때 선거법에 포함될 때 국회 내에서 정파 간의 의견 구성이 있지 않았나요?

 

 

 

 

 

진: 저는 들어온 지 몇 달 안 돼서. (웃음) 그때 배경을 보면 아무래도 논란들은 있었을 거 같기는 한데... 네.

 

 

 

 

 

이런 법안들이 통과되던 당시에는 물론 진선미 의원은 현직 의원이 아니었다. 진선미 의원이 국회에 들어온 것은 겨우 올해 4월 총선. 과거의 문제들을 묻기에 적합한 인터뷰이는 아니었다.

 

 

 

 

 

물: 그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현 상태로 봤을 때, 법안문제를 떠나서, 실제로 인터넷 공간에서 악플러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거의 범죄에 준하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행하고 있고, 그런 것을 막는 약간이나마 막을 수 있겠죠, 효과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약간이라도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인터넷 공간 내에서 민주주의죠, 일종의,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어떻게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보시는 건가요? 물론 법안발의 하셨으니까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진: 항상 고민이 되죠. 그때가 최진실 씨가 돌아가신 게 몇 년인 거죠?

 

 

 

 

 

물: 2007년.

 

 

 

 

 

 

 

 

 

 

진: 네. 그 때인 거잖아요. 그때 하게 돼서... 그게 참 묘한 인연이에요. 저 스스로도 워낙 어릴 때부터 최진실씨 팬이었고,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우리나라의 특징이 모든 것들이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 사건에 대해서 빨리 규명지으려고 해요. 그 사건의 원인과, 뭔가 대책을 시급하게 뭔가 눈에 확 보이게. 제가 국회에 들어와서 몇 달 안 됐지만, 그게 국회의 일반적인 문화인 것처럼 돼있는 거죠. 왜냐면 끊임없이 너 뭐 하고 있니, 좀 보여줘, 이게 너무 만연화 되어있는 거예요.

 

 

 

 

 

물: 실적을 요구한다는 거죠?

 

 

 

 

 

진: 네. 실적을 요구하는 심리. 그렇기 때문에 정책을 입안하거나 법안을 만드는 그룹들에게 끊임없이 사회적인 압력이 있는 거죠.

 

 

 

 

 

물: 장기간의 고민을 통해서 해야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짧은 답을.

 

 

 

 

 

진: 짧은 답을. 그러니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공무원 사회도 마찬가지거든요. 순환보직이라는 것 때문에 그들의 평등한 걸 보유하기 위해서 전문가가 없잖아요. 어느 직에도 이 년 이상 있을 수가 없으니까. 뭔가 차근차근 누적되거나 누가 지속적으로 컨트롤하거나.

 

 

 

 

 

물: 그렇죠.

 

 

 

 

 

진: 제가 운이 좋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여자들이 적었을 때 여성할당제라는 것 때문에 여러 가지 조직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긴 거거든요. 그래서 국방부를 가 봐도 그렇고 양형위원회에 제가 전문위원을 했었는데, 그리고 사법개혁 추진위원회 그때도 역할을 하게 되고, 젊다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계속 그런 방통위나 이런 데로 한 십 년을 계속 돈 거예요. 바깥 활동을 하면서도.

 

 

 

 

 

그럴 때마다 한결 같이 느낀 거는 우리 사회 자체가 뭔가 사건이 터지면, 보여줘, 당장, 뭔가 지속성이라는 게 너무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문제들도, 이게 조금만 더 진지하게 고민했더라면, 그때 물론 사회적인 환경은 심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가능한 것들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고민해봐야 되는데.

 

 

 

 

 

양형위원회도요, 정말 제대로 된 양형기준이란 게 너무나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만들어졌잖아요. 그런데 양형이란 것이 어느 수준이 적정하냐고 봐야 되면, 그 관련된 범죄가 벌어진 뭔가 다양한 기초적인 자료가 누적이 되어있어야 하잖아요.

 

 

 

 

 

물: 그런 거 할 시간이 없어요?

 

 

 

 

 

진: 시간이 없어요. 왜냐면 현안에만 매달려서 당장 뭘 해야 돼, 해야 돼. 그러니까 용역도 당장 몇 개월 딱 잘라서 해외자료. 해외는 이랬어요. 그런데 해외는, 아 목소리가 왜 이렇게 높아지지? (웃음)

 

 

 

 

 

사실 이 부분에서는 애초의 질문의 취지와는 좀 다른 방향으로 얘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 취지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답변은 해당 법안의 도입과정의 문제점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취지에 관해서는 이미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논의가 되었고, 그 결과 위헌판정까지 나온 상황이니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진행되고 있는 주제, 일반적인 법안 발의과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허술하게 처리되고 있는가, 그런 잘못된 관행이 왜 누적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더 중요해 보였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주제로 얘기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물: 네.

 

 

 

 

 

진: 모든 사법개혁 제도들도 보면 전부 그 순간에 짜집기를 하는 거예요. 짜집기라는 게 굉장히 위험하진 않죠. 그걸 만드는 사람들한테는 위험을 최소화하지만, 그 제도라는 게 만들어질 때에는 사회의 근간이 있는 거 아니에요? 만들어지는 배경과 취지와, 사람들의 의식수준과 이런 게 결합이 돼가지고 만들어지는 건데, 우리는 전부 가져와가지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몇 개월 동안 모여가지고, 다라라라 해가지고, 이건 안 돼. 우리가 보기엔 이런 게 문제야. 이쪽에서는 이게 문제야, 이렇게 붙여가지고 만든, 아주 이상한 제도가 되는 거예요.

 

 

 

 

 

물: 단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간단한 타협으로 사회적 대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진: 그렇죠. 저는 그게 옳지 않고, 이 사건이 그런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 잘못된 사례로?

 

 

 

 

 

진: 잘못된 사례인 거죠. 예.

 

 

 

 

 

물: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진: 그런 거죠. 인터넷 문화라는 거, 그리고 인터넷 안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의 의식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정말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자료를 축적해서 그걸 분석했을까. 저는 그게 굉장히 의아했던 거죠. 어느 한 사례가, 물론 그 개인을 위해서는 너무 안타깝고 비극이고 다시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지만, 그걸 통해서 이걸 도입해서 얻어지는 효과와 이걸 도입해서 잃게 되는 것들의 어떤 비교판단, 이게 제대로 됐을까, 저는 제도나 새로운 법안이나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관여한 일이 몇 번 있는데, 그걸 통해서 볼 때마다 너무나 회의적인 거예요.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이거에요. 당장 이 사안은 이런데, 그러면 법률이 완전할 때까지 기다리란 말입니까? 이러는데, 저는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 그렇죠. 자유나 사람의 권리를 억압하는 부분을 건드릴 때는 신중해야 한다.

 

 

 

 

 

진: 지금 이거 몇 년 만에 이렇게 된 거예요? 신중하게 해야죠.

 

 

 

 

 

물: 결국 잘못된 것 때문에 오히려 피해가 더 컸고.

 

 

 

 

 

진: 그런 거죠. 이거 아마 만들어낸 사람은 다른 데서 잘 살고 있지 않을까요?

 

 

 

 

 

 

 

 

 

 

인터넷 실명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사람들, 귀가 좀 가려웠겠다. 난 물론 당신들 이름도 알고 있지만, 여백이 부족해서 밝히지는 않도록 하겠다. 당신들 진짜 잘못한거다.

 

 

 

 

 

물: 관심 없겠죠.

 

 

 

 

 

진: 관심 없거나 아니면 또 딴 데 가서 다른 정책들을 고민하고 게시겠죠.

 

 

 

 

 

물: 어느 날 자다가 문득 깨어날 때 후회를 하겠죠. 내가 그때 잘못했었구나.

 

 

 

 

 

진: (웃음) 그럴 수 있죠. 그리고 제가 이걸 빠르게 하게 된 배경도 결국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건데요. 호주제 할 때도 위헌이라고 했는데 법은 굉장히 오래 갔잖아요.

 

 

 

 

 

물: 신속하게 뒷처리가 안 되는 거죠.

 

 

 

 

 

진: 그것을 단축시키는 것이야말로, 그게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실 위헌이라는 거는 정말 최후의 수단인 거잖아요.

 

 

 

 

 

물: 그렇죠.

 

 

 

 

 

진: 그러면 거기까지 갔을 때는, 그리고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온 건 그게 정말 문제가 있는 거거든요.

 

 

 

 

 

물: 절실한 문제가 있죠.

 

 

 

 

 

진: 절실한 문제가 있는 거죠. 입법부의 역할은 그 법이나 이런 것을 개정할 것인지 판단할 때는, 위헌까지 가게 되어서 판단하는 거는, 저는 방기라고 생각하고, 그때도 실제로 주장했어요. 입법부에서 지각한 거죠. 입법부가 왜 기다리느냐. 얘기하다보면 판단해 봤을 때 알아서 고쳐야 하는 거 아니냐?

 

 

 

 

 

물: 먼저.

 

 

 

 

 

진: 먼저.

 

 

 

 

 

이 부분, 매우 중요하다. 만들어진 어떤 법안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서 위헌심판까지 가게 될 경우, 만약 그 법안이 위헌 판결을 받는다면 입법부에게 책임이 있는 걸로 볼 수도 있다. 무슨 책임이냐고? 당연히 잘못된 법안을 만든 책임이다. 입법부의 역할 자체가 법을 만드는 것인데, 그 법이 헌법재판소에 가서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인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정을 받게 된다는 것은 애초에 그 법을 개판으로 만들었다는 뜻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 입법부가 먼저 나서서 무엇이 문제가 되고, 무엇이 잘못 된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논의해서 최종적으로 잘못되었다는 판결이 나기 전에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다분히 이상적인 주장이긴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주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위헌판결을 받은 법안 조차도 제때 개정도 못하고 있다. 정파적 이익에 따라 마구 미루어진다. 그러다 보면 또다른 피해자가 속출하게 된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폐지되었지만, 거의 유사한 선거법상 실명제는 아직 폐지가 안된 상황이고, 선관위에서도 폐지 의견을 말하고 있는데도 국회에서 처리가 안되고 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선관위는 이 사실상 사문화된 법안을 근거로 각 사이트에 본인 확인제를 실시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국회의 직무유기인 상황이다.

 

 

 

 

 

물: 피해자가 발생해서 위헌까지 가고 그런 절박한 판단을 하기 전에 입법부가 예측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 그걸 못하고.

 

 

 

 

 

진: 그렇죠. 그래서 그러니까 이게 약간의 편법처럼, 또 어디에서는 일부러 위헌의 여지가 있으면 미리 바꿔버리는 곳도 있었어요, 예전에는. 그런데 이런 것처럼 당장 전 국민의 초관심사가 있는 대선이 있는데, 그럼 이게 위헌이 돼 있지만 이 법에 대해서 위헌은 아니더라도, 그게 같은 내용이거든요, 선관위에서 재빠르게 발표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 여세를 몰아서 좋은 사례를 만들어보는 이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빠르게 대처하는 선례.

 

 

 

 

 

물: 지금은 구체적인 내용으로 봤을 때, 어떤 새로운 조항을 넣는 게 아니라 위헌소지 판결을 받은 내용을 빼는 거죠?

 

 

 

 

 

진: 네.

 

 

 

 

 

물: 이런 사항은 정말 순식간에 해주는 게 맞는데.

 

 

 

 

 

진: 네. 제가 좀 얹혀가는 느낌. (웃음)

 

 

 

 

 

물: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해도 해주시는 게 저희 입장에선 굉장히 고맙죠.

 

 

 

 

 

 

 

 

 

 

사실 공치사는 아니다. 이렇게 당연히 개정해야 할 법안도 제때 개정이 안되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널려 있다. 어떤 면에서는 당연히 할 일을 해 주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얘기해야 하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사실이다.

 

 

 

 

 

진: 그런가요?

 

 

 

 

 

물: 누구나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안 하니까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상식적인 일을 해주시면 고마운 거죠.

 

 

 

 

 

진: 제가 복이 많은가 봐요. (웃음)

 

 

 

 

 

물: 위헌 판결을 받았고, 개정안이 발의되어 나왔는데, 이거는 크게 문제없이 통과 되는 상황인가요? 문제는 대선 전에 할 수 있느냐는 건데.

 

 

 

 

 

진: 그것도 시기도 일단 문제일 뿐더러, 일단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새누리당 쪽, 여당의 입장이 어떤가가 중요하죠. 대외적으로 드러나 있는 거는 위헌이라는 확고한 게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인터넷 자체의 댓글이나 이런 것들, 선거에서 이것이 먹히는 거가 정말 그분들이 찬성할까?

 

 

 

 

 

인터넷을 온통 좌빨들이 점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분들이 이런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켜 줄 리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연하게도, 대선 전에는 이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 대선 전에 해줄까요?

 

 

 

 

 

진: 네. 대선 선에 해줄까가 관건인데요.

 

 

 

 

 

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시기를 최대한 늦춰서.

 

 

 

 

 

물: 늦춰서 대선 끝나고 하지 않을까?

 

 

 

 

 

진: 네. 그런 생각 드는데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저는 어차피 위헌이 나와 있으나, 저희가 업무보고 과정에서 선관위원장에게 질의도 했지만, 이게 물론 위헌이긴 한데 아직은 법이 유효하고, 그렇다고 하면 과태료 문제, 이미 부과된 과태료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후에는 사실 상 지연시키는 게 맞는 거 아니냐?

 

 

 

 

 

저는 그냥 하시라, 이렇게 권하고 싶은 거예요. 인터넷 언론들이 일제히 게시판 오픈하고, 그렇게 해서 그 문제를 전부 다각적으로, 실제적으로 활용을 하면, 거기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사실 상 무리이지 않을까? 실질적 무력화.

 

 

 

 

 

물: 곧 있으면 사라질 법조항이니까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자?

 

 

 

 

 

진: 네네. 그런 운동도 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약간은 위험한 발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직 국회의원, 입법부의 일원이, 비록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긴 해도, 현재 살아있는 법안에 대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무력화, 즉 불복종 운동을 해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 요청 없이도 우리가 하기 싫은 것은 안한다. 그러다가 돈 천만 원 날리게 생겼지만, 그래도 안하는 건 안한다. 그래도 현직 국회의원이 이런 얘기를 하니까 무지 생소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국회에 들어온 지 몇 개월 안되는 초선의원만이 할 수 있는 정치적 문법에 어긋난 발언이 아닐까 싶다.

 

 

 

 

 

물: 인터넷 본인확인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가장 자료도 많고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시는 분들이 진보넷에 모여계시죠. 진보넷에 보면 타임라인까지 만들어놓고 그랬는데. 사실 상 인터넷 공간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첫 발걸음이라는 거죠. 지금까지는 뒤로 밀려 있다가, 잘못된 법안으로 인해서, 이걸 원상복구를 시키면서 첫 발걸음을 뗀 건데. 이것 말고도 온라인게임에서 실명제 문제라든가, 방통위에서 심의하는 거.

 

 

 

 

 

진: 사전심의.

 

 

 

 

 

물: 폐지문제라든가, 이런 문제들이 산적해있다는 말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계획이신가요?

 

 

 

 

 

진: 네.

 

 

 

 

 

물: 계속하실 건가요?

 

 

 

 

 

진: 네.

 

 

 

 

 

물: 네. 기대하겠습니다.

 

 

 

 

 

진: (웃음)

 

 

 

 

 

물: 게임실명제 같은 경우에는 본인확인제하고 또 다른 문제가 끼어 있거든요.

 

 

 

 

 

진: 그러니까요.

 

 

 

 

 

물: 청소년 보호 문제 때문에.

 

 

 

 

 

진: 그래서 실제로 저의 의정활동계획, 너는 가면 뭐 할 거야, 이렇게 비례대표 하면 서류도 내야 하고, 그럴 때 제가 그분들한테 한 얘기가 있어요. 공천심사위원들 앞에서, 제가 여기서 점수를 높게 얻으려면, 모든 분들이 바라는 사법개혁, 검찰개혁 하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나한테는 도움이 될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거는, 제가 그런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십 년 동안 호주제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MBC, 방통위, 사개추, 양형위원회, 또 복지공동모금회 이런 활동들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보면서 제가 느꼈던 거는, 법이라는 거, 제도라는 거가 사실은 어느 한 영역에만 국한되어 있겠어요? 그걸 인위적으로 나누는 거죠. 그러니까 국회 상임위란 것도 각각의 소관부처를 법무부면 법사위, 어디는 어디, 이렇게 되어 있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다 겹쳐 있잖아요?

 

 

 

 

 

물: 다 겹쳐 있죠.

 

 

 

 

 

진: 하나도 따로 떨어져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하면, 저는 우리 사회가, 그래서 저는 문 후보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냐면, 역사는 인위적으로 단절되지 않고.

 

 

 

 

 

물: 그렇죠.

 

 

 

 

 

진: 제가 보면 이 시점에서는 허수를 없애는 과정도 필요하다.

 

 

 

 

 

물: 허수를 없애는 과정이 뭐죠?

 

 

 

 

 

진: 네. 새로운 걸 뭘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도들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관련되어 있는 모든 영역들 간에 조화롭게 있는지, 하나만 지나치게 발전돼서 오히려 다른 것들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거죠. 결국은 배분의 문제일 수도 있는 거고 복지의 문제일 수도 있는 거고. 어떤 제도들은 불뚝 나가서 저만큼 서 있고, 여성 문제가 그런 거거든요. 제도들은 막 무슨 사건 하나 터지고 여론이 들끓으면, 정부도 그렇고 국회도 그렇고 와 우리가 이런 거 했어요, 하면서 딱 갖다 놓는데, 알고 보면 사람들의 생각은 여기에 있고 제도는 이만큼 있고, 이 괴리를 어떡해야 되냐고요. 오히려 할 게 없어요.

 

 

 

 

 

물: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거군요.

 

 

 

 

 

진: 그래서 이런 것들을 제대로 모아서 조율하고 만들어내면, 훨씬 더 사회가 안정적 구도, 지금처럼 극화돼 있는 것도, 제가 볼 땐 그런 것 같아요. 목소리 더 큰 사람이 만들어낸 거잖아요. 그게 정말 우리나라를, 삶이라는 건 다 연결되어 있는 건데, 그 연결고리들을 봐가면서 늦더라도 같이 갔어야 하는 게 더 맞는 거죠. 그 부분을 이제 우리가 사회적으로 고민할 때가 된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국회에서도 그걸 하고 싶은 거예요. 지금 여성아동성폭력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는데, 같이 손 붙잡고 모든 상임위가, 여기가 문제가 있는 거면, 여기서 봤을 때 문제가 없을까, 이쪽에서 봤을 때는 문제가 없을까, 다 봐 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물: 유행이 좀 지난 얘기긴 한데 컨버전스라든가, 융합, 그런 것과도 맥이 통하는 얘기를 하시네요.

 

 

 

 

 

진: 그런 거죠.

 

 

 

 

 

물: 국정도 기존에 있던 거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걸 만드는 것보다도, 기존에 되어 있는 걸 조율하는 것만으로 굉장히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진: 그렇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능력이 없어서 잘 안 되고는 있지만 (웃음) 이런 거랑 연결이 되는 거예요. 제가 이상한 인연으로 인해서, 총선 때도 한명숙 대표님 따라서 13일을 수행을 다녔어요. 하루에도 스무 군데 스물다섯 군데를 막 돌아다니면서.

 

 

 

 

 

물: 그건 의원님의 정치적 상품성을 인정하는 게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진: 나름 미모죠. 미모. (웃음)

 

 

 

 

 

그러니까.. 뭐.. 그러므로.. 그냥.. 넘어가자. 현직 국회의원의 미모의 수준을 판단해야 하는 것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일이라는 변명을 하고 싶다. 약간 당황스럽긴 했는데, 그보다는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것이 더 좋은 거 아닌가?

 

 

 

 

 

물: 아... 그렇습니까...

 

 

 

 

 

진: 방심하셨죠? (웃음)

 

 

 

 

 

물: 이거 써도 되겠습니까?

 

 

 

 

 

진: 이러면 나 진짜 까이는 거 아니야? (웃음) 하여튼 그랬고.

 

 

 

 

 

물: (웃음) 네.

 

 

 

 

 

진: 이번에도 대변인 하면서 저 스스로도 하고 싶어서, 후보님 수행하면서 다녔거든요. 지역을 다 돌 때, 그러면서 이 생각들이 더 확연해진 게, 대구에 갔는데, 어느 중학교에 가서 학원폭력 관련해서 학부모 간담회를 꾸렸어요. 선생님과 그 반의 중학생들이 온 거예요. 쪼로로로 귀엽게. 와가지고 막 얘기를 하는데, 한결같은 얘기가

 

 

 

 

 

제도 더 만들지 마세요. 제도 다 있어요. 있는 것만 좀 잘 해주고, 사람들 골치 아프게 만들지 말고. 선생님도 그랬거든요. 아니 뭘 만들어요, 그 분이 하는 말이 그거였어요, 정말 애틋하게 생각해주고 정말 마음으로 염려해주는 선생님만 옆에 있으면 되는 거예요. 그 선생님이 자기 사례를 얘기해주는데 정말 감동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자꾸 눈에 보이는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이렇게 하지 않는 거, 그게 정말 필요한데, 그것 또한 용기라니까요. 왜냐면 자꾸 보여줘, 옛날 거하고 똑같은 거야?

 

 

 

 

 

물: 과시적인 업적이 필요하니까?

 

 

 

 

 

진: 새로운 것 좀 보여달라고.

 

 

 

 

 

물: 추상적인 업적은 안 보이니까.

 

 

 

 

 

진: 안 보이니까, 안 되고. 진짜.

 

 

 

 

 

물: 그런 걸 보여 드리는 역할을 저희가 해보도록... (웃음)

 

 

 

 

 

진: (웃음) 예~ 성공! 성공하시길. ( 하이 파이브까지 했다. )

 

 

 

 

 

물: 알겠습니다.

 

 

 

 

 

양면성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있는 제도를 잘 조화시키고 운영만 잘해도 확실히 사회는 한결 더 좋아질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도 이제 어느 정도는 수준에 오른 제도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실 사회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꾸만 바뀌는 제도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부분도 많이 있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 아직도 우리 법전에는 일본의 법조문이 채 번역되지도 못한 용어로 적혀 있는 부분도 많다. 이런 것들은 “있는 제도만 조화시키는 것” 만으로 해결될 리가 없다. 거기다가 현대사회는 법의 발전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

 

 

 

 

 

조화와 개혁은 어느 한쪽도 놓치기 힘든 두 가지 가치라고 하는 것이 정답일 듯 하다. 단지 진선미 의원은 개혁 보다는 조화를 더 중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기는 하다.

 

 

 

 

 

물: 이거 한 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인터넷 문제를 얘기하면 인터넷 상 거대기업들 이야기가 나오죠. 특히 구글 문제인데. 애플이나 삼성 같은 경우는 다분히 하드웨어 쪽으로 가 있으니까, 현재로서 인터넷 상의 최대 공룡은 구글이죠. 구글이 각국의 정부와 충돌한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이 문제에서 구글이 우리나라 정부와도 충돌한 적이 있었죠. 구글은 아주 쿨하게, 그러면 한국국적이면 아무 것도 못 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고 말았는데.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은, 인터넷 상의 공간이 국적이 점점 없어져 가는 거 아닙니까? 북한 쪽 인터넷은 접속이 안 되고 있지만.

 

 

 

 

 

진: 그렇죠.

 

 

 

 

 

물: 그런 상황에서 우리 내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인터넷 공간에서는 어떤 형태로 구현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와 외부가 생각하는 가치, 구글이 생각하는 가치가 충돌한다고 할 때, 우리가 그런 것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 인터넷 공간이 현실 세계와 많이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은 서로 거의 반쯤 섞여있는데, 거기서 발생될 새로운 가치체계를 우리가 어떻게 적응해나갈 것인가? 굉장히 추상적이고 어려운 질문인데 간단하게 답변을 해주신다면.

 

 

 

 

 

진: 그거 같이 고민하면 안 될까요? (웃음)

 

 

 

 

 

물: 앞으로 같이 고민하자고요? (웃음)

 

 

 

 

 

진: 너무 어려운데, 앞으로 같이 고민하시죠. (웃음) 그게요,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물: 네. 굉장히 어려운 문제죠.

 

 

 

 

 

진: 그래서 그런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이거를 하게 될 때, 맨 처음에 정치로 나가게 될 때, 망설일 때, 자꾸 그분 얘기를 하게 돼요. 제주도에 돌문화공원 혹시 아세요? 거기 백원철 단장님이, 그분이 자기 모든 유물들, 문화재들을 다 기증하고 오로지 당신이 바란 거는 당신의 아이디어로, 당신의 디자인으로, 공원을 조성하게 해 주는 거, 딱 그거거든요. 그렇게 되면서 이십년 계획을 세워서 지자체하고 같이 일을 하는 거예요.

 

 

 

 

 

물: 굉장히 장기계획이네요.

 

 

 

 

 

 

 

 

 

 

진: 네. 장기계획이죠. 저는 그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아까 얘기했잖아요. 공무원의 습성이란 게, 실적주의, 자기 임기 동안에 뭘 해야지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이십 년을 해야 되는 거니까. 그런데 그 안에서 온갖 충돌들을 조율하면서 꿋꿋하게 하고 있으세요.

 

 

 

 

 

그래서 안에 들어가 보면 돌문화니까 가장 제주적인데 가장 글로벌해요. 저는 들어가자마자 정말 감동했던 게, 제가 미국에 가서 스미소니언이니 메트로폴리탄이니 이런 온갖 박물관들에서 받은 느낌 이상으로 너무나 세련된 거예요. 그러니까 한국적인 게 아니고 가장 토속적인 건데 세련되어 있는 거죠.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지금은 인터넷으로 즐길 생각을 하면 나라가 어디 있냐, 나라가 없다, 그런데 뭘 거기서 무슨 민족주의가 있고, 뭐가 있냐, 이렇게 얘기하시는 거예요. 그 근간은, 저는 그거를 개인한테 돌려보면 어떨까 생각도 들어요. 이건 정리되지 않은 걸 얘기하는데요.

 

 

 

 

 

약간 불교적이기도, 종교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한데, 내가 없으면 나라도 없는 거잖아요. 나라가 없으면 문화라는 건 가장 인간적인 게, 인간적인 거, 그게 답일 것 같아요. 누구나 그 사람이란 것이, 결국은 국적이란 것도 그 사람을 꾸리는 외부적인 요인인 것에 불과한 거잖아요?

 

 

 

 

 

물: 하나의 속성이죠.

 

 

 

 

 

진: 속성에 불과한 거잖아요. 그거를 모든 사람들이 감지해낼 수 있을 때, 자기 스스로가 체득해 냈을 때, 그렇게 체득해야만 하고, 그렇게 되는데 인터넷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우 긍정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가장 인간적인 거,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모르겠는데요.

 

 

 

 

 

물: 정치적으로 보면 자신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휴머니즘에 입각한 자유주의 정도 되지 않을까요?

 

 

 

 

 

진: 그건 너무 싸게... (웃음)

 

 

 

 

 

물: 그런 말씀이 맞죠. 개인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더 많이 인식해야 한다는 거죠?

 

 

 

 

 

진: 그게 개인이 아니에요. 저는 달라이 라마님을 만났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제가 운좋게 작년에 친견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말씀하신 게 개인주의가 아니고요,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이분이 그 날 이렇게 얘기하는데 영어로 얘기하는 거예요. 그 영어가 정말 유치한 거, 굉장히 세련되지 않은데, 모든 자기의 이야기를 모든 전달하고,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감동시키잖아요.

 

 

 

 

 

물: 단순한 문장으로.

 

 

 

 

 

진: 단순한 문장으로. 그리고 그것에 구애받지 않아요. 그거를 툭 던져서 그것이 저쪽에서도 메시지가 바로 반응이 오는 거죠. 그게 뭐냐면 인간에 대한 가장 깊은 이해를 통해서, 자기 안에서 소화되어서 나오는 것들, 어떻게 보면 저는 이게 진짜인 거, 진짜인 거가 힘을 발휘하는 시대.

 

 

 

 

 

물: 아마 거기에 뭔가 진짜가 있을 거다?

 

 

 

 

 

진: 그런 거죠. 자기 안에. 그렇게 될 거 같아요.

 

 

 

 

 

물: 현실정치인께서 굉장히 추상적이고 종교적인 얘기를 해주셔가지고.

 

 

 

 

 

진: 이상한 얘기를.

 

 

 

 

 

물: 제가 물은 질문은 인터넷 기반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여기서 갑자기.

 

 

 

 

 

진: 제가 너무 추상적이군요.

 

 

 

 

 

물: 그런데 굉장히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아직 정제되지 않은 얘기를 하는 듯 하다. 물론 이런 추상적인 얘기들을 정리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매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뭔가 새로운 것,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자신이 하는 일에 접목시키고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직 국회의원에게서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경험 중에서도 처음이었다. 그것도 사석도 아니고 인터뷰에서 말이다. 그만큼 솔직히 인터뷰에 임해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드리고 싶다.

 

 

 

 

 

물: 오늘 계획한 인터뷰는 다 하신 거고요. 딴지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인사 말씀 부탁드리고, 인사하시기 전에, 전혀 질문과 관계 없이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하시죠. 그런데 별로 없으실 것 같은데.

 

 

 

 

 

진: 너무 다 해가지고. (웃음)

 

 

 

 

 

물: 딴지일보 독자분들께 인사 한 말씀 해주시고 마무리해주시는 걸로 하시죠. 그리고 저, 딴지일보 벌금은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진: 헌법소원을 이미 해놓으신 상태이기 때문에요, 저는 큰 문제 없을 것 같아요.

 

 

 

 

 

물: 헌재에서 이상 없이 판단을 내려 준다면 무효가 되겠죠.

 

 

 

 

 

진: 그렇겠죠.

 

 

 

 

 

물: 잘 되겠죠. 뭐. 저희는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씁니다. 이제 마무리 인사 해 주시면 됩니다. 장시간 인터뷰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진 :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진선미 의원이고요. 딴지일보를 한참 구독도 해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고요. 국회의 딴지쟁이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딴지일보의 김총수의 나는 꼼수다 관련한 변호인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국회에 들어와 보니 더욱 진짜 언론이라는 것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딴지일보는 더더욱 그 의미는 남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저 역시 좀 더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좀 더 발전시키는 그런 역할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텐데, 혹시라도 구독자들께서 뭔가 색다르고 신선한 그런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의원실의 문을 노크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주제 자체가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었기에 인터뷰 시간도 그리 길지 않게 잡았지만 그래도 결국은 긴 인터뷰 기사가 나오고 말았다.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현직 국회의원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의 자유분방한 말투와 거침없이 쏟아내는 솔직한 자기표현으로 무장한 진선미 의원, 실제 나이도, 외모도 정치인 치고는 매우 젊은 상태인 진선미 의원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인터넷 실명제는 죽었다. 잘못 만들어진 제도 하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뿐이다. 그게 위헌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의 인터넷 문화에 무슨 작은 발전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잘못 꿰어진 단추를 풀러 버린 것,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것에 불과한 상태이다.

 

 

 

 

 

그런 별 것 아닌 일을 하나 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 진선미 의원은 어찌 보면 뒤처리를 하고 있는 것뿐이고, 진보 네트워크나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 수많은 인터넷 언론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 일이라는 거.. 이렇게 힘들다.

 

 

 

 

 

뭐 하나 바로잡기도 힘들고, 뭐 하나 제대로 고치기도 힘들다.

 

 

 

 

 

그나마 이렇게 곳곳에서 자신의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가며 싸우는 사람들이 있기에 조금씩이라도 우리 사회가 나아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마친다. 졸라!

 

 

 

 

 

 

 

 

 

 

 

녹취

이동현

 

 

사진

죽지않는돌고래


 

 

 

이너뷰어

 물뚝심송(@murutukus)